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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으로 쌓아올린 수학 강국

입력 : 2014-04-07 07:47:19 수정 : 2014-04-07 07: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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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수업시간, OECD 평균 3배 넘어
“수학교육 우수한 탓으로 착각 금물”
우리나라 수학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나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 같은 국제무대에서 유독 강하다. 실제론 ‘수학포기자(수포자) 공화국’이면서 수학강국처럼 평가되는 이러한 기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권오남 서울대 교수(수학교육과)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우리나라 학생이 미국이나 유럽 학생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공부를 많이 하면 성적이 오르는 단순한 비례 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연구: PISA 2012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당 수학 수업시간(중3·고1 기준)은 평균 3시간33분으로 OECD 평균(3시간38분)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규 수업시간 이외의 별도 수업 참여 시간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별도 수업 참여 시간이란 방과후 학교나 가정학습, 기타 장소(학원 등)에서 수행하는 모든 학업 시간을 말한다.

OECD 평균치를 보면, 수학 과목에서 별도 수업에 참여하는 비율이 37.9%이고 일주일 4시간 이상 참여하는 비율은 7.9%였다. 우리나라는 별도 수업 참여 비율이 66.0%, 일주일 4시간 이상 참여 비율은 26.3%로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국어와 과학 과목은 주당 4시간 이상 별도 수업을 받는 학생 비율이 우리나라와 OECD 평균 간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독 수학에서는 OECD 평균을 3배 이상 웃돈다는 것이다.

국제평가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것을 ‘아시아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PISA 2012에서 OECD 국가 가운데 수학 성적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참여국으로 범위를 넓혀 순위를 매기면 5위로 내려간다. 우리나라보다 상위에 랭크된 국가는 중국(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대만으로 모두 아시아권이다.

TIMSS에서도 매번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일본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1∼5위를 장식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국도 한결같이 학교 수업시간이나 별도 수업 참여율이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주당 수업시간이 4시간48분, 별도 수업 참여율은 67.6%나 됐다. 중국도 주당 4시간30분 수업에 10명 중 7명(70.7%)은 별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권 교수는 “국제적 성취 수준을 굳이 깎아내릴 필요는 없겠지만, (수업의 질과 무관하게) 공부하는 양이 많으면 점수도 잘 나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적 계층 이동이 거의 공부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학업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높은 성취도를 수학 교육의 우수성으로 이해하는 통계 착시에 빠지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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