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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류 초등생들 '중국 유흥가 숙박' 논란… 진실은?

입력 : 2014-03-27 09:45:28 수정 : 2014-03-27 10: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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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성급 호텔이라던 숙소가 유흥가 모텔?
여학생 숙소에 중국취객 난입 소동까지
 "중국에 가서 봐도 그렇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창가(유흥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호텔에 가면 노래방과 같은 것이 있듯이 우리가 머물렀던 곳(호텔)도 마찬가지다"

중국 문화교류 행사를 주최한 A 초등학교 교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서울의 A초교 교장은 지난 12월 1일 문화교류를 위해 중국 광저우에 있는 자매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아이들의 숙소가 유흥가 인근이었던 것이 논란이 되자 “사창가(유흥가) 인근 시설이라는 건 오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교장은 "광둥성 문화가 (그런 탓에) 늦게까지 노랫소리도 들리고 해서 사창가(유흥가)로 오해를 받았다"며 "모든 호텔에 주점이라고 붙어있지만 술집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일 서울 00 재단 A 초등학교 교장은 중국 자매학교와의 문화교류 공연을 위해 공연팀 학생 53명을 데리고 5일간 일정으로 중국으로 향했다.

문화사절단인 A 초교 공연팀은 오케스트라, 뮤지컬, 사물놀이 팀에 속한 학생 53명과 학부모 7명, 사회자 2명, 인솔교사 2명, 방과 후 교사 7명과 교장까지 총 74명으로 구성됐고 학생들은1인당 96만원의 비용을 학교에 납부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행사가 진행되는 5일 동안 중국 측 용역업체(여행사 대행업체. 한국인)는 아이들의 숙소를 유흥가 인근에 잡는가 하면 식사는 부실한데다 비위생적이었다며 학부모 측은 학교를 상대로 서울시 교육청에 감사 청구를 제기했다.

학부모들은 "(60명의 학생과 부모들이) 중국 문화교류 행사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 관객도 없었고 사실상 문화교류도 아닌데다 공연도 아니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해 돈을 쓰며 그 생고생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항의성 진정을 제기한 것.

B 학부모는 "아이들의 숙소인 호텔은 모텔급도 안되는 수준으로 찌든 담배 냄새, 바닥을 뒤덮은 하얀 석면 가루, 곰팡이 핀 욕실에 난방도 되지 않아 아이들이 옷을 몇 겹씩 껴입고 이불까지 뒤집어 쓴 상태로 잠을 청했으나 밤새도록 울리는 인근 유흥가 노랫소리에 잠을 설쳤다"며 분을 참지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게다가 호텔에선 아침식사가 준비되지 않아 인근 식당에서 중국식 빵 몇조각으로 끼니를 때웠고 아이들은 그마저도 입맛에 맞지 않아 억지로 먹다가 뱉어내기 일쑤였고 그중 2명의 아이는 장염 증상을 보여 병원신세까지 졌다는 것이다.

5일 중 4일간 식사는 아침엔 현지 중국식, 점심은 한식당에서 버섯전골을 고정메뉴로 먹었다. 그 외의 식사라곤 2일째 점심으로 학교 급식을, 3일째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은 게 전부였다. 다행히 마지막 4일째는 학부모들이 급히 수소문해 숙소를 4성급 호텔로 옮겨 호텔식 조식뷔페를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에 대해 학부모들은 전적으로 학교 측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학부모들은 진정서에서 중국에서 5일간의 모든 일정을 계획한 업체(조사장. 한국인)는 여행사가 아닌 현지 개인업체로, 이 업체를 선정한 것은 학교 측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출발 전 교장선생님이 중국 문화교류 행사와 관련 PT(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 교장선생님은 '이번 중국 공연은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공연같은 대형 행사여서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며 '숙소는 4성급 호텔이고 무대세팅, 3D입체조명 등이 모두 완벽히 준비돼 어떤 추가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을 해 내심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4성급 호텔은 모텔급이었고 세종문화회관급 공연장은 온데 간데 없고 약 1000석 규모 공연장에 관객은 고작 100여 명 정도였는데 그나마도 중국 공연팀과 그 가족들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귀국 후 학교를 상대로 요청해 받아본 예산 집행 내역에는 버젓이 무대비용이 사용된 것처럼 기재돼 있었지만 당시 무대엔 그만한 비용이 들어갈 게 없었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한 중국인 취객이 호텔 여학생 방까지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쇼킹한 사건까지 발생해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학부모들은 그렇지 않아도 유흥가 주변이어서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계기로 숙소를 옮기게 됐다.

상황은 이랬다. 고학년 반인 '사물놀이' 방에서 여학생들과 남선생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30대로 보이는 중국인 취객이 갑자기 방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와 난동을 부려, 교사가 급히 취객을 내쫓았지만 그 이후에도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방문을 걷어차는 등 취객의 난동은 계속됐다는 것이다.

A학교 교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학부모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먼저 여행사가 아닌 개인이 여행일정을 맡았다는 주장에 대해 "여행사는 아니지만 문화교류를 소개해 주는 업체다. 문제는 학부모들과 약속한 4성급 호텔을 얻어 주지 못한 것인데, 나는 3성급인지 4성급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중국측 사장(조사장)이 직접 (한국에) 찾아와 해명하고 차익(8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중국인 취객 난입 사건은 "그날 내가 복도에 있었는데 한 취객이 아이들 방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방안에 있더 사물놀이 담당교사가 곧바로 데리고 나왔다. 로비에 가서 확인해보니 취객은 2층 투숙객이었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 장염 논란에 대해서도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맛있게) 식사하고 있는 사진이 다 있다. 테이블도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지 모른다. 단지 우리나라와 음식문화가 달랐고 장염에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교장은 취재진에게 "언론에 나온 것 (기사) 중 사실은 하나도 없다. 한 언론사 기자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내보냈다. 감사 중이니 결과가 나오면 보도한 내용에 대해 대처하려고 (기사를) 캡처해 놨다. 부모들의 엉터리 주장을 기사로 실었다"며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동부교육청 장성남 감사관은 "민원서류에 대한 사실 확인만 한 것이다. 증빙자료가 있으면 제출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부족했다. 중국이 옆 동네처럼 바로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의 문답 내용밖에 확인할 수 없었다. 언론에 나오고 국회의원도 관심을 갖는 내용인데 우리가 편파조사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중도 입장이고 우리가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B 학부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좋은 취지로 갔는데 알고 보니 아이들을 이용한 것이다. 미안하다는 사과는 고사하고 보복조치로 해당 동아리 해체, 담당 선생 해임 등 동아리를 더이상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공연에 대한 매력과 성취감으로 계속 (동아리 활동을) 하고자 했는데 정작 학교(교장)가 그것을 빼앗아 간 셈이다. 이 진정과 관련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 사실이 밝혀지기 바란다"라며 조사를 촉구했다.

해당 초등학교 교장은 "공연 시설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되자 중국 측 관계자가 학교에는 알리지도 않고 호텔을 원래 계획했던 곳보다 한 단계 낮은 시설로 바꾼 것인데 이 사실을 나중에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선 호텔 변경으로 발생한 차익을 학생 1인당 8만원씩 학부모들에게 돌려준 상태다.

■ '시사 할(喝)'은 =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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