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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항일역사탐방단 지음/차이나하우스/1만5800원 |
중국 허베이성 타이항산(太行山) 끝자락 한단 시내에 있는 ‘혁명열사능원’에는 2기의 조선인 무덤이 있다. 무덤 주인은 조선의용대를 이끌었던 독립운동가 진광화, 윤세주다.
둘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5월 전사했다. 당시 타이항산에 은거하던 초기 중국공산당 지도부를 궤멸하기 위해 일본군 5개 사단 5만여명이 타이항산을 포위했다. 진, 윤 두 열사는 조선의용대 100여명 가운데 30여명을 선발, 탈출로를 뚫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류보청, 펑더화이, 덩샤오핑 등 공산당 지도부는 탈출에 성공했으나 조선인 특공대는 사실상 전멸했다. 진, 윤 두 열사도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장자령 흑룡동 계곡 일대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조선인 항일 무장투쟁은 이때부터 거의 맥이 끊겼고, 일부만 남아 훗날 광복군이 된다.
책은 당시 조선의용대 한인들의 무장투쟁과 전투 상황을 기록한 기행문 형식이다. 베이징대 대학원 한국인학생회 회장을 지낸 정원식 박사와 중국인 학자 등 20여명이 현지를 여러 차례 답사하고 썼다. 그래선지 1938년 조선인의용군을 만든 김원봉, 이화림, 무정 등의 활약상을 자세히 소개한다.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폭탄을 던질 당시 동행한 독립운동가 이화림의 일화도 곁들였다.
책에 따르면 타이항산 장자령 전투가 끝나고 몇 개월 뒤 마오쩌둥 등 공산당 지도부는 진, 윤 두 열사 등 조선인 특공대 시신을 거둬 장사를 지내고 혁명열사능원에 안장했다. 정 박사는 “김원봉 등이 장택상의 부친 등 친일파를 처단한 데 앙심을 품은 장택상이 광복 직후 김원봉을 체포해 무자비하게 고문한 사실도 있다”며 “당시 이승만 정부는 그들을 외면했지만, 중국공산당은 독립열사들을 격식에 맞춰 예우했다”고 지적한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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