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태는 조삼모사 세정의 소산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근로소득 원천징수 합리화 일환으로 근로자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 금액을 평균 10% 줄이기로 했다. 이 조치에는 내수경기를 부양한다는 정책적 의지도 담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연말정산 폭탄이 터졌다고 직장인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아니다. 미리 세금을 많이 떼었다가 이듬해 연말정산 때 많이 돌려주던 것을 적게 떼고 적게 돌려주는 것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말정산 때 각종 공제액이 크게 줄어들었으니 세금을 토해내는 직장인은 크게 늘어났다.
직장인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만 희생됐다”는 한탄이 이어진다.
세무당국은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납세자를 탓하기 전에 세정이 정교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설사 선의에서 시작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후유증은 크다. 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개인별 추가 징수액이 100만원을 웃도는 현상은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 결과를 놓고 보면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월급쟁이의 호주머니를 짜내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을 낳고 있다. 정책의 실패다.
더 중요한 것은 과세 형평성이 의심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연말정산 충격의 밑바탕에는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된 직장인만 손해를 본다는 피해 의식이 자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41%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세무사, 골프연습장 등 고소득 사업자의 경우 100원을 벌면 평균 44원만 신고한다.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다. 19대 국회의원 중 2012년 세금 납부실적이 전무한 사람은 37명에 이른다. 소득세로 4원이나 6원을 낸 의원도 있다. 이러니 일년 열두 달 세금을 꼬박 내고 ‘13월의 고지서’까지 받아든 직장인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어제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세금 다 내면 바보’라든지 ‘월급쟁이만 봉’이라는 말이 진실인 양 통용되는 불편한 현실을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했다. 부총리의 말이 직장인들의 분노를 다독이는 ‘립서비스’에 그쳐선 안 된다. 정부는 과세 투명성을 높이고 공평과세를 실천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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