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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소시오패스' 자주 등장… 사회 폭력성 반영"

입력 : 2014-02-26 21:03:28 수정 : 2014-02-27 09: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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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별 그대’ 이재경·‘셜록’ 홈즈 등 섬뜩 하지만 묘한 매력으로 인기몰이
작가 입장에선 극 이끄는 편리한 장치 “현실속 ‘엽기 사건’ 정서적 파급력 투영”
27일 막을 내리는 SBS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눈길을 끄는 건 천송이(전지현), 도민준(김수현)뿐만이 아니다. 매번 죽일 사람에게 “건강 관리 잘해”라는 안부인사를 남기고 살인 충동을 느낄 때마다 못 모양 반지를 만지는 ‘소시오패스’ 이재경(신성록). 그는 달콤한 로맨스 사이사이에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드라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런 소시오패스 캐릭터는 ‘별그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소재가 아니다. 최근 들어 소시오패스나 그 성향을 부분적으로 지닌 인물들을 TV 속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많이 등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기도 하는데, 이는 소시오패스 소재 자체가 지닌 매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소시오패스의 잦은 등장이 현실 사회의 폭력성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 그는 유기견센터에서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며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모범적인 재벌 2세의 모습이지만, 사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다.
SBS 제공
◆‘소시오패스 카리스마’에 빠져들다

“난 고기능 소시오패스야(I’m a high-functioning sociopath).”

최근 국내에 방영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보여준 영국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셜록 홈즈(베네딕트 컴버배치). 자신을 당당하게 소시오패스라 소개하는 그는 아무렇지 않게 채찍으로 시체를 때리고 연쇄살인 사건 발생 소식에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한다.

이런 섬뜩하면서도 독특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셜록앓이’에 빠뜨렸다. 여기엔 일반인보다 열정적이면서도 복잡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이 작용하고 있다. 책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산눈)에 따르면, 진정한 소시오패스는 매력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끊임 없이 유혹하는 ‘소시오패스 카리스마’를 지닌다고 한다. 셜록은 항상 새로운 자극을 원하며 다양한 위험에 스스로 뛰어들어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런 모습은 극중 보수적인 성격의 존 왓슨(마틴 프리먼)을 모험에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TV 밖 시청자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사로잡는다. 

영국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셜록 홈즈.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흥미로운 사건을 찾아 헤매는 그는 극단적인 자극을 끊임 없이 추구하는 소시오패스의 기질을 지녔다.
OCN 제공
카리스마만이 아니다. 공감 능력이 없어 인간관계에 서툰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한 여성이 셜록에게 새 연인을 소개하자 악의 없이 바로 “게이군”이라고 말해 그 관계를 파탄 낸다거나 자신의 추리력을 자랑하기 위해 동료 경찰의 불륜 사실을 밝히는 등의 모습은 극의 재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인기 미국드라마 ‘빅뱅이론’도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천재 물리학자 쉘든 쿠퍼(짐 파슨스)의 낯설면서도 독특한 말과 행동으로 큰 웃음을 자아낸다.

◆극을 이끄는 편리한 장치… “사회 분위기 반영”


그 자체로 매력적인 소재라 할 수 있는 소시오패스는 작가 입장에서 드라마를 손쉽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편리한 장치이기도 하다. 드라마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갈등 구도를 형성하는 악인의 행동에 대해 구태여 특별한 이야기를 덧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정신의학적 개념인 소시오패스에 의해서 손쉽게 개연성이 확보된다. ‘묻지마 폭행’을 벌이는 정체불명의 소시오패스를 등장시킨 tvN ‘식샤를 합시다’나 “큰 마차가 먼 길을 가다 보면 깔려 죽는 벌레도 있게 마련이지”라고 말하는 강동윤(김상중)이 나오는 ‘추적자’(2012) 등이 이런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드라마 속 소시오패스 캐릭터의 잦은 등장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신체를 훼손하는 ‘엽기 살인’이나 친족 살해 등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실제 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면서, 그 정서적 파급력이 자연스레 드라마에 투영됐다는 것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자주 접하면서 자극에 둔해지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는 이런 대중을 고려해 소시오패스 같은 극단적 설정을 경쟁적으로 들여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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