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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막장” vs “새로운 마당극”

입력 : 2014-02-16 20:39:38 수정 : 2014-02-16 20: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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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 종영
비판속 시청률 50% 육박… 찬반론
주말 저녁마다 뻔뻔한 말과 행동으로 보는 이들 속을 뒤집어 놓던 ‘이앙금’ ‘왕수박’을 이제 볼 일이 없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 16일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암(癌)을 유발한다는 뜻에서 ‘암가네 식구들’이란 별명이 붙은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50%에 육박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이 기록은 그대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힘을 보여준다. ‘왕가네 식구들’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못한 주된 이유는 극중 고민중(조성하)이 왕수박(오현경)과 오순정(김희정) 둘 중 누구와 맺어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극은 도둑질, 불륜 등 온갖 나쁜 짓은 다 저지르다 폭삭 망한 왕수박에 조금씩 동정의 여지를 주면서 시청자들이 ‘고민중이 설마 왕수박을 선택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고민중과 왕수박이 맺어지면 제작진 퇴출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겠다는 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소재도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평이한 시청률을 얻었던 전작 ‘최고다 이순신’이 20대 초반 여성의 성장기를 중심으로 극을 꾸려나갔던 것과 달리 ‘왕가네 식구들’은 불륜, 이혼, ‘처월드’ 등을 다뤄 해당 방송 시간대 고정 시청층인 중장년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쟁 드라마가 없는 방송 시간대도 힘을 보탰다. 현재 MBC, SBS 모두 주말 오후 8시에 뉴스를 방송하고 있다.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에서 온갖 천박한 말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왕수박(왼쪽)과 이앙금.
KBS2 방송화면 캡처
‘왕가네 식구들’을 많은 ‘막장드라마’ 중 하나로 보는 시각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정극(正劇)’이 아닌 ‘마당극’ 형식을 기준으로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개연성을 갖추고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정극과 달리, 마당극은 기본적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를 파편화된 형식으로 보여준다”며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왕가네 식구들’을 온전히 파악하려면 이 같은 마당극의 특성에 견주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언뜻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극 흐름은 물론 등장인물의 일차원적인 이름, 학벌주의·외모지상주의·물질만능주의 등 세태에 대한 풍자가 마당극을 닮았다. 일반적으로 한 인물에 감정을 몰입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정극과 달리 마당극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 인물에 대해 평가하도록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막장’ 평가를 받은 ‘오로라 공주’ 논란의 비판 대상이 작가였던 것과 달리 ‘왕가네 식구들’ 시청자들이 주로 극중 인물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모습은 마당극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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