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이마와 오른쪽 눈 밑에 유난히 도드라진 점이 인상적인 그가 TV 화면에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눈은 다른 잘생기고 예쁜 주연 배우가 아닌 ‘최규식’과 ‘박 부장’에 쏠렸다.
서울 금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전체 극의 주인공은 되지 못해도 내가 나오는 신에선 내가 주인공”이라고 말할 때 기자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드라마 ‘타짜’(2008)에서 계동춘 역을 맡아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그러나 연기 인생은 훨씬 더 길다. 1992년 고등학교 2학년 때 극단에 들어갔다. 당시 연극 ‘바쁘다 바뻐’를 보고 한순간에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학교를 마치면 극단에 갔어요. 그러면 연극 포스터를 수십 장 들고다니며 벽에다 붙이는 일을 했죠. 방학이 되면 극단에서 먹고 자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하루 종일 살았어요. 그래도 어머니는 특별히 절 말리거나 하진 않았어요.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잖아요?(웃음)”
이렇게 오랜 기간 연기를 해온 그지만 처음 드라마 촬영 때는 어려움을 겪었다. 달라진 환경 탓도 컸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면 40∼50명의 스태프들이 있어요. 제 연기를 완전히 끌어내기 위해선 그분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제가 인간관계에서는 좀 겁을 많이 내는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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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장원영.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설명하며 “모든 연기의 기본이 극본에 있는데, 배우는 그 활자화된 내용을 각자의 시각에서 흔들어 깨워서 앞으로 나아가게끔 한다”고 했다. 김범준 기자 |
“센터에서 국·영·수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구한다고 말했는데, 제가 배운 건 연극이니깐 그걸 가르쳐 주고 싶다고 했죠.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5년째네요. 촬영 일정만 없으면 매주 월요일 찾아가 연극을 가르치고 연말에는 발표회도 열고 있어요. 아이들과 만나고 돕고 하다 보니 저절로 다른 데 나가서도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일도 많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드라마를 합쳐 장원영이 출연한 작품은 스무 편이 넘는다. 이 중 그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은 것은 낯선 제목의 영화 ‘레바논 감정’(연출 정영헌).
이 작품에서 그는 스스로가 “연기자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지난해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감독 집에서 배우, 스태프들이 들어와서 촬영하고 라면 먹고, 또 뒷산에 올라가서 찍고…. 진짜 힘들고 어렵게 찍었어요. 최근에 국내 개봉이 확정돼서 아마 2월 중에 선보일 것 같은데, 너무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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