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금연 성공해 ‘악취’ 지우길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저녁,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나는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 우리는 어린 시절 단란했던 식탁을 떠올리면서 향수를 느끼게 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냄새를 미국인이나 일본인이 맡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은 어디서 악취가 날까 하면서 코를 틀어쥘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청국장 냄새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 것은 청국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따른 것이다.
우리는 상한 음식을 먹으면 그때 났던 냄새를 기억해냈다가 훗날 비슷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보면 피하게 된다. 맛있는 포도주를 마셨던 사람은 그 맛과 냄새를 기억했다가 냄새만으로 포도주의 질을 감별해 낼 수 있다. 시각이나 청각에 대해 많은 것이 알려진 후에도 인간이 어떻게 1만종에 가까운 냄새를 구별할 수 있고, 훗날 그 냄새를 기억하는지 후각은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 |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가정의학 |
만약 한 사람에게는 붉은색으로 느껴지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푸른색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 시각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후각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어떤 남자의 체취나 땀냄새가 다른 사람에게는 악취로 느껴지지만 그 남자의 애인은 그 냄새가 미소를 짓게 하고, 사랑을 느끼게 하며, 심지어는 성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동안 어떻게 인간이 냄새에 이처럼 상이한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지난 8일자 네이처 ‘신경과학 저널’ 온라인판에는 이 문제의 단서가 실렸다.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지각센터는 같은 냄새라도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과정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511개의 냄새 수용체를 복제해 이들을 실험실의 숙주세포에 심어 놓았다. 그 후 각각의 냄새 수용체가 어떻게 73개의 다른 냄새에 반응하는지를 측정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어떤 두 사람을 임의로 선정했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후각 수용체 중 약 30%는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의 수용체의 차이로 인해 개인이 냄새를 감지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좋은 냄새라도 남들에게는 악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흡연자들은 자기가 피우는 담배 냄새를 맡으면 향긋하게 느낀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끔찍한 냄새가 된다. 어떤 흡연자는 며느리가 손자를 데리고 집에 오면 손자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안아도 보고 볼에 뽀뽀를 해주는데 며느리는 담배 냄새 나는 할아버지가 아이를 안는 것이 싫어 옆에서 지켜보다가 얼른 빼앗아 간다고 하소연이다.
후각 정보는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가 측두엽의 안쪽에 위치한 후각 중추에 도달하는데 이는 변연계의 일부이다. 변연계는 감정, 기억, 성, 식욕 등을 관장하는 곳이다. 따라서 냄새는 인간의 정서와 관련이 깊다. 악취를 피우는 것은 그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만들고 그 안 좋은 기억은 오래 남는다. 흡연자들은 악취를 없애기 위해 자기 몸에 진한 향수를 뿌리지만 어떤 사람들은 악취가 섞인 향수가 더 괴롭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흡연자는 담배를 끊고 나서야 다른 흡연자가 이야기할 때마다 입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그는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그처럼 악취를 피우면서 살았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 낯이 뜨거웠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새해에는 입을 비롯해 온몸에서 악취를 피우는 담배를 끊고 신선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가정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