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슈머, 리뷰슈머 등 새로운 소비패턴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구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합리적인 소비를 하면서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이른바 ‘파생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 상위권에 오른 독일 차를 살펴보면 파생 모델의 약진이 뚜렷하다. BMW의 경우 대표 준중형 세단 3시리즈에서 15개 모델을 내놓고 있다. 엔진별로 가솔린과 디젤로 나뉘고 구동방식에서 뒷바퀴 굴림과 4륜구동으로 나뉜다. 또, 차체 특징으로 구분하면 세단에서 시작해 왜건, 그란투리스모, 컨버터블까지 다양하다. 소비자는 BMW 매장에 들러 1, 3, 4, 5, 7 시리즈 등 세그먼트만 정하면 엔진과 차체 형태 등은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인기가 좋은 E클래스의 경우 13개 모델로 세분화했다. 역시 엔진과 구동방식, 형태에 따른 차이다.
이 가운데는 매달 수백 대의 판매를 기록하는 이른바 ‘베스트셀러’도 있지만 연간 판매량이 수십 대에 불과한 틈새 모델도 있다.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반면,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산업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판매량에 따라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랫폼 공유, 부품 공유로 이른바 파생 차종 도입 부담이 낮아지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차를 출시하고 있다. 엔진,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공통으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하는 ‘다품종 다량 생산’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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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반떼의 파생모델. (상) 아반떼 쿠페, (좌아래) 중국형 아반떼 파생모델 랑둥, (우아래) 현대자동차 아반떼 세단. |
중국시장에서는 아반떼의 파생 모델인 ‘랑둥’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랑둥은 아반떼를 중국 시장에 맞춰 변형한 모델이다. 기본적인 차체는 동일하지만 큰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에 맞춰 길이를 400㎜ 늘리고 높이를 10㎜ 올렸다. 엔진 역시 국내에서 강조하는 직분사 GDI엔진 대신 구형 MPI 엔진을 사용했다. 지난해 출시 이후 매달 1만7000대 이상의 판매량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준중형에 이어 중·대형 세단에서도 파생 모델 출시가 이어졌다. 현대차가 그랜저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고 쏘나타 하이브리드 역시 신모델을 내놨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준중형 세단 K3 가솔린 모델을 바탕으로 복합공인연비 16.2㎞/ℓ의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소음과 진동을 줄여 디젤 엔진이지만 정숙한 세단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갔다. 중국에서도 K3는 매달 1만2000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차는 중국에서 준중형차를 보다 세분화했다. K3 이외에도 국내에 없는 K2 모델을 내놨다. 1.4ℓ와 1.6ℓ 엔진을 얹었고 체형이 다양한 중국인의 특성을 감안해 145cm의 작은 여성부터 190cm의 큰 남성까지 모두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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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K3 파생모델. (상) K3 세단, (좌아래)기아차 중국전용 모델 K2, (우아래) K3 쿱. |
기아차 역시 중·대형 세단에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도입하며 파생 모델 출시에 나섰다. 기아차는 기존 K5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선한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상급 모델 K7의 하이브리드 역시 선보였다. 준중형차에서 디젤과 가솔린을 중심으로 파생 모델을 선보였다면 중·대형 세단에서는 정숙성을 강조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했다.
자동차 업계의 잇따른 파생모델 출시는 최근 경기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를 강조한 전략이란 평가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소비자 유형의 다양화와 마케팅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가 좋을 때는 자기과시형 소비가 나타나고 경기가 어려우면 무조건 아끼는 알뜰한 소비가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경제 상황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합리적인 자기만족형 소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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