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체제가 장성택 처형에 따른 권력층 내부 갈등과 민심 악화를 우려해 후속 숙청작업의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종파 여독’ 제거 작업은 지속될 전망이어서 김정은체제의 권력구도는 상시적 재편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전문가들은 내년 4월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8차회의를 계기로 국방위원회와 내각 부문에서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하고 제5차 당 대표자회의를 열어 장성택 숙청 이후의 김정은체제를 완성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위대한 원수’로 호칭하며 “김정은 동지를 단결의 유일중심,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모시자”고 말했다.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의 반열에 올리고 김정은 유일영도 체제를 공식화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김정일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2주기에도 장성택 측근 인물 상당수는 주석단을 지켰다.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문경덕 평양시 책임비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은 모두 13일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된 데 이어 추모식 행사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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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 두달만에 공개석상 등장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앞줄 맨 오른쪽)과 부인 리설주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를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리설주는 최근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여파로 거취가 주목됐다. 두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의 1주기 때도 나란히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바 있다. 연합뉴스 |
박봉주 내각총리의 약진도 눈에 띈다. 그는 지난해 추모대회 당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불과해 주석단에 오르지 못했지만 올 초 정치국 위원과 총리 자리를 꿰차면서 이번엔 김 제1위원장의 왼쪽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김영남 동지, 박봉주 동지, 최룡해 동지를 비롯한 당과 국가, 군대의 책임일꾼들이 주석단에 자리를 잡았다”면서 3명의 이름만 호명했다.
통일부는 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주석단 배치에 대해 “최근 장성택 숙청과 관련한 권력 변동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대부분 기존 정치국 서열에 따른 것으로 리영길 군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주요 위치에 앉은 것과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이 ‘항일빨치산’을 대표해 참가한 것은 최근 인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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