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는 이날 조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데도 동행하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 여동생 김경희를 끔찍이 아꼈으며, 김경희는 지난해 1주기 때는 추모대회와 금수산궁전 참배에 모두 참석하며 오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었다.
김경희의 불참 배경으로는 크게 건강문제와 남편 장성택의 처형 충격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경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2009년 복귀한 이후에도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대외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40년을 함께 해온 남편이 하루아침에 실각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받은 정신적 충격까지 겹치면서 공개행사에 나설 만한 몸상태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희와 장성택은 젊은 시절 한때 부부갈등 때문에 별거하기도 했지만 나이 들어서는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경희가 장성택의 실각까지는 예상했지만 처형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직전에 호적상 김경희와 장성택을 이혼시키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일 2주기의 주요 행사에 불참했지만 김경희의 정치적 위상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5일 사망한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위원 명단에 6번째로 이름을 올려 건재함을 증명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부친이 유달리 아꼈던 고모를 ‘장성택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숙청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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