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김양건 등 당·정 관료 건재, 김정은 다소 흐트러진 머리에 초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추모행사의 주석단은 김정은 시대에 맞게 새롭게 기용된 신진 세력들이 자리를 많이 채웠다. 사망 1주기 행사 때보다 비교적 젊은 인물들과 원로 예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극소수 인사 몇몇이 적절히 배치된 구도였다.

2주기 추모행사 주석단에 새로 얼굴을 내민 이들은 박봉주 내각총리, 리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김창섭 국가안전보위부 정치국장 등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단행된 당·정·군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현장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들이다.
이들과 달리 김정일 시대 군부 원로들은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석단 첫번째줄에서 밀려났다.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인민군 대장)과 인민군 원수 계급을 단 리을설 전 호위사령관이 대표적이다. 리명수 전 인민보안부장과 현영철 5군단장 등은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지목돼 권력 서열 상승이 기대됐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국방위 부위원장들보다 낮은 서열에 자리를 잡아 공식 서열상에서는 큰 변화가 없음을 나타냈다. 정치국 후보위원인 리병삼 조선인민내무군 정치국장도 1년 전처럼 앞줄 맨 마지막 자리에 앉았다.
당·정 부문의 상징적 인물과 고위 관료들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다. 강석주 내각 부총리,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최태복·김평해·김기남·김영일·박도춘 노동당 비서 등은 모두 1주기 추모식 때와 마찬가지로 2주기 추모행사 주석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인 17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체육관에서 중앙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봉주 내각총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 연합뉴스 |
주석단 내 소수지만 김일성 주석과 빨치산 활동을 같이한 ‘혁명1세대 원로’에 대한 예우도 갖춰졌다. 김일성유격대 간호원 출신으로 김일성 주석과 빨치산 활동을 같이한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은 검은 상복 차림으로 주석단 한편을 차지했다. 94세의 고령인 황순희를 등장시킨 것은 빨치산 원로라는 상징성을 활용해 북한 3대 세습체제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 제1위원장은 추모대회 내내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일제히 기립한 가운데 등장했다. 느린 걸음으로 주석단 정중앙 자리에 앉은 김 제1위원장은 다소 흐트러진 머리에 얼굴은 평소보다 퉁퉁 부은 모습이었다. 안색은 좋지 않았으며 초점 잃은 듯한 눈으로 시종 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얼마 전까지 공개활동에서 보였던 활기찬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날 추모대회는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결의대회를 방불케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추모사를 통해,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장철 국가과학원 원장, 현상주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결의연설을 통해 김 제1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 확립과 절대적 충성을 맹세했다.
회의장에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등의 구호가 나붙었다. 결의 연설이 진행되는 도중에 김정은이 일어나서 박수를 보내면 참석자 전원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