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마라도나로 이어지는 축구황제 계보에 오른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너무 잦은 부상을 당해 선수로서 절정기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다.
메시는 타고난 골감각, 유연한 드리블링, 아주 좁은 공간에서의 순간 이동, 넓은 시야, 짧은 슈팅 타이밍, 패싱과 슈팅의 강약 조절 능력을 두루 갖춘 축구 천재.
60~70년대 펠레(브라질), 80년대 마라도나(아르헨티나)의 장점을 섞어 놓은 듯한 플레이로 그라운들 휘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3번씩이나 부상을 당했다.
지난 10일에는 왼쪽 허벅지 뒷 근육(햄스트링)파열로 8주가량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지난 8월 21일에는 허벅지 타박상으로 1주일, 9월 28일에는 오른쪽 허벅지 근육파열로 3주일 동안 쉬었다.
격렬한 스포츠 세계에서 부상은 피하기 힘든 존재이다. 문제는 부상 부위와 횟수이다.
선수들에 따르면 부상이 잦거나 똑 같은 충격에도 예전과 달리 부상을 입었다면 "아 몸이 예전같지 않구나" "은퇴할 때가 됐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몸 상태가 좋고 근육, 인대, 관절이 젊거나 탄력이 있다면 쉽사리 부상당하지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도 부상을 입지 않는다. 또 젊을 수록 회복속도도 빠르다.
90년대 초 중반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L모 선수도 30대 초반, 일본 전지훈련서 상대와 볼을 다투다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이때 동료들은 직감적으로 "아 이제 L도 다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예전 같으면 볼을 놓고 힘겨루기를 해도 별다른 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예측대로 이후 L선수는 이런 저런 부상으로 뛰는 시간보다 치료시간이 길어졌고 곧 은퇴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메시의 나이와 플레이 스타일, 포지션을 볼 때 적어도 5년 이상은 전성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잦은 부상과 그 것도 오른발, 왼발 번갈아 당하는 것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반인들이 일년에 몇 차례 감기에 걸리듯 별 것 아닌 부상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만 몸상태가 경계선에 돌입 한 신호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메시가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내년 초 또 다시 부상을 입는다면 메시의 전성기는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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