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동수’(장동건)를 죽이라고 지시한 혐의로 수감된 ‘준석’(유오성). 17년 만에 출소한 그는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과 어느새 조직의 실세로 성장한 ‘은기’(정호빈)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다. ‘준석’은 아버지 ‘철주’(주진모)가 평생을 바쳐 이뤄놓은 조직을 되찾기 위해 흩어져 있던 자신의 세력을 다시 모으고,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젊은 피 ‘성훈’(김우빈)을 오른팔로 두게 된다. 친아버지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거칠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성훈’은 자신을 챙겨주는 ‘준석’에게 의지하며 그와 함께 부산을 접수하기 위해 힘쓴다. 그러던 어느 날 ‘성훈’을 불러낸 ‘은기’는 ‘동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성훈’을 혼란에 빠뜨린다.
‘친구 2’는 비극적 결말을 맺은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해 친구를 잃은 17년 전 ‘그 날’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준석’이 다시 마주한 세상, ‘동수’의 아들 ‘성훈’을 비롯한 ‘준석’의 새로운 인연과 위기, 여기에 60년대 부산의 전설적인 주먹 ‘철주’에 대한 회상이 더해져 시대를 초월한 진하고 선굵은 남자들의 이야기가 완성됐다.
전편인 ‘친구’와 떼어놓을 수 없지만 굳이 1편 때 느꼈던 ‘향수’를 애타게 그리워할 필요는 없다. 특히 신작 ‘친구2’가 이미 고전이 된 ‘친구’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팬이라면 그냥 1편과 별도로 ‘멋진 느와르 한 편’ 본다고 생각하고 관람하면 된다. 그러면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등 이리저리 ‘정리 안 되는’ 미묘한 감정들을 떼어내고 볼 수 있다.
조직을 이끌던 회장(기주봉)의 장례식장에서 ‘준석’이 뭔가를 결심하는 대목은 비장감을 더한다. 1편에서 결심을 굳히고 담배를 떨어뜨리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훈’이 병원을 찾아가 ‘은기’에게 최후의 복수를 할 때 울리는 음악은 마치 성가처럼 들린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부 2’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다. ‘준석’과 ‘성훈’의 골목길 대화는 1편에서 부친상을 치른 ‘준석’과 ‘동수’의 대화 장면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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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2’는 곽경택 감독이 12년 전 서른 다섯 젊은 패기로 만들었던 전편 ‘친구’에 비해, 세월이 지나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삶의 깊이를 담아낸 작품이다. |
“행님·동생이 와 생기노? 왜 뭉치가 뎅기냔 말이다. 같이 배고파보고, 같이 도망치보고, 같이 엉엉 울어보고, 그리 식구가 되는기다. 돈만 준다 되는기 아니고.”
곽경택 감독이 12년 전 서른 다섯 젊은 패기로 만들었던 영화가 ‘친구’라면, 세월이 지나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깊이를 더한 작품이 ‘친구 2’다. 따라서 영화 속 ‘준석’ 또한 자연스레 나이 먹어감에 따라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의 대사 곳곳에서는 회한이 묻어난다.
“결국 인생에서 후회할 선택만 하고 사는기 그게 건달 아니겠나.”
세력 다툼을 끝낸 뒤 운전대를 잡은 ‘가발이’(이철민)가 ‘준석’에게 묻는다. “어디로 갈까예?”
“내보고 어데 오라는 사람이 있더나.”
조직을 평정하고 다시 수장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정작 ‘준석’의 마음은 갈 곳이 없다.
1편에서 17군데나 칼에 찔린 동수가 비스듬히 앉은 채로 죽어가던, 그 전봇대 밑을 찾아 온 준석의 표정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세월이 지나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허망함과 공허감이 배어난다.
곽 감독은 “전편인 ‘친구’가 남자들의 과거를 추억하는 영화였다면, ‘친구 2’는 남자들의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연출 의도는 극의 마지막 대사에 담겨 있다.
“친한 친구 있나?”(준석)
“오래전에 죽었어예.… 제가 생각을 잘 못 했어예.”(성훈)
부산을 배경으로 네 남자의 우정과 갈등, 배신을 그려낸 곽 감독의 전작 ‘친구’는 2001년 개봉 당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극장을 찾지 않던 40∼50대 관객들마저 불러들이며 820만 관객을 동원, ‘친구 신드롬’과 함께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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