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거주자우선주차 대대적 단속에 골목상권 울상, 이유는?

입력 : 2013-10-25 16:57:43 수정 : 2013-10-25 19:13:1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서울 삼성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A씨는 최근 손님들 차를 지켜주느라 자리에 편히 앉을 시간이 없다. A씨가 할당받은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집 보러 온 손님들 차와 번갈아 주차해왔지만 구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A씨는 “집 보러 왔다가 부정주차료가 부과되거나 심지어 견인까지 당하니 누가 이런 동네에서 살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이른바 ‘골목상권’ 업주들이 때아닌 주차 전쟁을 겪고 있다. 강남구청이 거주자주차 스티커가 없거나 허가된 번호와 다를 경우 부정주차료를 부과하고 견인에 나섰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했던 단속을 요즘에는 하루 두 번씩 한다”며 “내 거주자 주차구역으로 받은 공간인데 손님들이 차를 세웠다고 부정주차요금이 부과되고 기다렸다는 듯 견인차가 와서 끌어가니 장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 단속이 지나간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골목. 오후2시쯤 나온 단속에서 20여개 거주자우선주차면에서 10대가 단속됐다. /사진=이다일 기자
▶ 강남구청이 조례를 개정해 부과하기 시작한 거주자우선주차 위반 부정주차요금 고지서. 단속되면 1만800원의 주차요금을 일괄 적용하고 시간이 경과되면 견인조치된다. /사진=이다일 기자

강남구에서 거주자우선주차 단속을 집중적으로 시행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강남구청 홍석균 주차관리팀장은 “구의 조례를 변경해 거주자우선주차 구역에 부정주차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조례가 바뀐 4월 이후 3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단속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청 측은 거주자우선주차 이용자의 민원이 많아 부득이하게 단속을 한다고 밝혔지만 거주자우선주차 구역과 맞닿은 이른바 ‘골목상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삼성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B씨 역시 “차를 타고 찾아오는 고객을 위해 건물 앞에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지정받아 사용하고 있지만 가게를 들러가는 잠깐 사이에도 단속에 걸려 손님이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와 B씨를 포함한 인근 상인들은 구청이 단속을 통해 주차요금 걷는데만 신경 쓴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상인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데 낮 시간에 텅 비어있는 거주자 주차공간을 단속하니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난했다. 이어 “주차공간 20대 정도가 늘어선 골목길에서 한번 단속하면 10대 정도에 스티커가 붙는다”며 “유흥가도 아닌 주택가 골목에 오전, 오후에 두 번씩 단속하는 건 주차비 수입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청 측은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입장이다. 홍석균 주차관리팀장은 “강남의 경우 가로수길이나 강남역처럼 유흥가가 형성된 곳이 많다”며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적게는 월간 2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받고 발렛파킹 업자에게 임대하는 경우가 생겨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야간에는 거주자주차공간에 불법주차가 많아 이용자들의 민원이 많다”며 “돈을 내고 사용하는 구민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또 다른데에도 있었다. 하루에 두 차례씩 낮에 계속되는 주차단속이 소위 ‘하청업체의 실적’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청이 조례를 바꾸면서 단속에 나서야하지만 인력이 부족하자 도시관리공단 등을 통해 외부에 단속 하청을 줬고 이들이 실적을 위해 단속에 열을 올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강남구청은 지난 7월부터 구청 직원이 아닌 외부에서 단속원을 충원했고 견인차 업체와도 별도 계약을 맺었다.

이들 단속원들은 7월부터 도입한 시스템을 통해 사전 경고 없이 차량에 ‘부정주차요금 부과 및 견인대상차량’ 스티커를 붙인다. 단속되면 과태료가 아닌 주차장 사용료로 1만800원을 일괄 징수하고 견인됐을 경우에는 견인비와 차량 보관료를 별도로 내야한다. 이마저도 단속일로부터 10일 이내 납부하지 않으면 4배의 가산금이 더해진다.

자신을 학습지 교사라고 밝힌 한 차주는 “몇 년째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방문했는데 공영주차장이 좁고 멀어서 낮시간에는 거주자주차구역에 1시간 정도 주차한다”며 “전화번호를 남겨놓고 연락이 오면 바로 차를 옮기니 그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구청의 과도한 단속이 일부 유흥가에서 이뤄진다면 충분히 공감하겠지만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무리한 단속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