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산케이신문이 9일 북한 통일전선부 출신 탈북자 장진성씨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이 2003년 초 ‘메구미가 생존한 경우와 사망한 경우에 대한 손익을 분석해 신속하게 보고하라’고 공작기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적어도 2003년 초까진 메구미가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메구미를 납치한 사람은 북한공작원 신광수다. 신광수는 85년 서울에 잠입했다가 체포돼 사형판결을 받았다. 김대중정부 출범 직전 특사로 석방돼 2000년 비전향장기수 북송 때 북으로 가 영웅 칭호를 받는다. 그의 북송으로 한동안 한·일 간에 냉기가 돌았다.
문제는 북한이 13세짜리 어린 소녀를 왜 납치했느냐다. 일본과 미국 정보기관들은 고인이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 고영희(정성장 박사는 고용희라고 주장)를 주목한다. 일본에서 성장한 고영희가 북한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적적해하자 취미(배트민턴) 생활을 함께할 일본어 대화 상대로 11살 연하인 메구미를 데려갔다는 것. 당연히 메구미는 북한 로열패밀리의 속을 다 알고 있을 테니 일본으로 송환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당시 협상에 나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보좌관 이지마 이사오와 허종만 조총련 수석부의장이 합의하에 메구미가 사망한 것으로 정리했다는 것. 두 사람은 유골을 고온에서 가열하면 DNA가 파괴된다는 점을 믿고 가짜 유골로 메구미 가족과 일본 국민을 속이려 한 셈이다. 하지만 일본 최고 권위의 과학경찰연구소가 유골감정에 실패한 것을 데이쿄대학 연구팀이 새로운 기법으로 가짜임을 밝혀냈다. 이젠 고이즈미 전 총리가 답해야 할 차례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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