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들의 실력은 결코 싸울 수 없을 만큼 약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번도 싸우지 않은 것은 만일 내가 지면 나를 잡아 적에게 바치려 했던 게 틀림없다.”
세종은 이들의 목을 모조리 잘라 죽였다. 이로부터 군기가 바로 섰고 실전처럼 훈련에 임했다. 세종은 이렇게 말했다. “군사는 날래고 용맹스러워야 한다. 수효만 많아도 소용없다. 농부 백 사람에게서 받아들이는 세금으로 한 사람의 병정을 기르기가 어려운 형편인데, 백성의 피땀으로 쓸모없는 병정을 기를 필요가 있겠는가.”
이후 후주는 연전연승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안타깝게 세종이 39세에 요절하자, 조광윤이 그 날랜 군대를 잘 운용, 천하를 통일하고 송나라를 세워 황제에 오른다. 그렇다. 전쟁은 용맹해야 이길 수 있다. ‘좌전’에 “전쟁은 용기로 싸우는 것이다(戰勇氣也)”라고 한 바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비록 상대에 비해 군사의 수가 적고 장비가 열악하더라도 일당백의 정신으로 전쟁에 임하면 승리도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무리 병력이 많고 장비 또한 우수해도 정신전력에서 뒤져 있으면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건군(建軍) 65주년 ‘국군의 날’이다.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안위를 지키는 전문 집단으로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전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관군의 희생 없이 이기는 게 좋다. ‘손자’가 ‘전쟁의도를 공략하면 언제고 이길 수 있다(攻謀全勝)’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의 용병(不戰降軍上用兵)”이라고 강조한 이유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戰勇氣也 : ‘전쟁은 용기로 싸우는 것이다’는 뜻.
戰 싸움 전, 勇 날랠 용, 氣 기운 기, 也 어조사 야
戰 싸움 전, 勇 날랠 용, 氣 기운 기, 也 어조사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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