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스타처럼 행동하면 고객 만들 수 없어요”

입력 : 2013-08-19 19:23:22 수정 : 2013-08-19 19:48:5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인기가수서 수입차 영업팀 이끌고 있는 김민우씨 ‘어느날 그대 편질 받는다면….’

1990년대 초반, 군 입대를 앞둔 20대들에게 그의 노래 ‘입영열차 안에서’는 위안이었다. 지금도 ‘휴식같은 친구’, ‘사랑일뿐야’ 등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전직 가수 김민우(44·사진)씨. 이젠 수입차 영업팀을 이끌고 있는 김씨를 벤츠 판매의 거점인 한성자동차 강남전시장에서 만났다.

그의 일상이 궁금했다. “경기 양주 집에서 오전 5시30분에 출발해 바로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운동한 뒤 아침 8시쯤부터 일이 시작돼요.” 10여년 전이라면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목을 가다듬거나 후속곡 준비에 빠져 있었을 터.

2003년 재규어랜드로버 연수생을 시작으로 수입차 영업에 뛰어든 그가 지금 회사에 온 건 2005년. 이듬해 지인 소개로 아내를 만나 2009년 결혼했다. 이젠 영업경력 10년인 베테랑이자 아빠다. 그간 책도 냈고, 요즘엔 삼성 등 대기업에 강의도 나간다.

유명세를 치르던 23살에 입대한 이유가 뭘까. “‘입영열차 안에서’가 히트될 때 영장이 나와서 가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군 제대 후 음악판도가 완전히 바뀌었고, 새 앨범을 냈는데 별 반응이 없었죠.”

그가 제대할 무렵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발라드는 잊혀졌다. 혼자 녹음실을 차렸지만 화재로 악기 등을 모두 잃었다. 그때가 27살 때다. “IMF 때라 카페 등에서 노래하는 ‘밤일’도 뚝 끊겼고, 어영부영 2000년이 됐어요.” 사람들은 1집만 기억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기까지 3개의 음반이 더 나왔다. 2∼4집이 반응이 없었다. “3∼4년을 준비한 1집과 달리 조바심에 몇 달 만에 뚝딱 만든 음반이 성공할 리 없었다”고 되뇐다.

다른 발라드 가수들도 힘든 시기를 겪었다. 조정현, 박정훈, 박준하 등 동시대 가수 3명과 대학로 공연을 하게 된 계기다. “뭘 좀 해보자고 모인 거죠.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는데 뜻하지 않게 또 흩어졌어요.”

이후 미사리 라이브 일까지 끊기면서 경제적 어려움은 극에 달했다. “그때 버스비가 없어서 지인 결혼식장까지 10㎞ 넘게 걸어갔어요. 절박한 마음으로 고민했죠. 그러다 수입차 쪽에서 일하는 후배를 통해 당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김태성 사장님을 만났어요.”

연수생으로 일하다 2004년 그만두고 다른 수입차를 전전하다 2005년 한성차 김재영, 정만기 상무를 만났다. 스승들을 잘 만나서일까. 이듬해 판매량이 급증했다. 한 달에 8∼10대를 팔았다. 가수 생활에서 쌓인 빚도 갚았다. “2007년이 돼서야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어요.”

왜 수입차 영업사원에 도전했을까. “내 몸 하나로 시작해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걸 찾았을 뿐이에요.” 노래 실력을 영업 무기로 삼은 적 없느냐고 묻자 그는 빙긋 웃었다. “스타처럼 행동하면 고객을 만들 수 없어요. 나를 낮추고 가수 김민우를 내려놔야 합니다. 차값이 한두푼도 아닌데 저 좋다고 차를 사진 않습니다.”

‘미소년’ 가수 김민우는 없고, 40대 중반의 영업 베테랑만 남은 듯해서 씁쓸했는데 마지막 말이 위안이 됐다. “지난해 밴드를 만든 직후에 잡힌 7080 콘서트를 하기도 했어요. 기회가 되면 제 고객이나 회사 직원, 오래전 팬들에게 무료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글=정재영, 사진=남정탁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 ‘매력적인 미소’
  • 김민 ‘매력적인 미소’
  • 아린 '상큼 발랄'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