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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국민에 문턱 높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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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04 21:20:04 수정 : 2013-08-04 21: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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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올라오시면 안 됩니다. 쭉 돌아가서 뒷문을 이용하세요.”

지난 2월 정치부 발령을 받고 국회로 첫 출근한 날 아침, 둥근 녹색 지붕의 본청 정문 주변에 있던 경찰에게 들은 첫 마디였다. 명함을 내밀었지만 출입증 없이는 통과할 수 없었다. 5분가량 걸어서 돌아가니 ‘국민의 문’이라고 쓰여진 해태상이 나타났다. ‘이곳이 정문이었나’ 헷갈리기도 했다. 민원실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검색대를 지나 신원 확인을 거친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국회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 상당수가 국회 첫 방문길에 나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장 먼 곳에 ‘국민의 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게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정작 국민은 찬밥 신세라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회의원회관 입구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회관은 본청 정문 바로 왼쪽에 있는데 국회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문이 정문이다. 이 문 역시 출입증 없이는 이용할 수 없다. 일반인은 5분 정도를 더 걸어가 뒷문을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 국민 혈세로 지어진 신축 건물임에도 국민 편의는 뒷전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지난 6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당시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은 “국내외 인사들의 의정관계 노출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나랏일 하시는 높은 분들이 일반 국민과 같은 문을 이용하면 모양새가 빠지나. 정 총장이 말한 ‘의정관계’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김채연 정치부 기자
출입증 없는 일반인은 국회 도서관에서도 차별받는다. 일반인은 도서 열람이 가능하지만 대출은 불가능하다. 출입증이 있으면 대출도 된다. 출입증이 국회 내에서는 상당한 특권인 셈이다. 이쯤 되면 국회 주인은 국민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굴까. 국회의원인가. 국회 사무처 직원인가.

지난해 캐나다 출장을 갔다가 수도 오타와의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평일인데도 푸른 잔디에 연인들이 누워 있기도 했고 캐치볼을 하는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주요 출입구를 경찰이 지키긴 했지만 의원만 이용하는 특별한 출입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출입구에서 간단한 신분 확인만 하면 누구나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편안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캐나다 국회의사당은 1800년대 고딕양식 건축물의 외관과 더불어 여러 가지 볼거리를 지닌 인기 관광명소다.

우리 국회도 국민 편의 제공에 신경을 쓴다. 매년 4월 벚꽃축제 기간에 국회를 개방해 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국회 참관 신청을 받아 견학도 허용한다. 하지만 이 정도 서비스에 감동할 국민이 있을까.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요즘 정치권에 ‘특권 내려놓기’ 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열린 국회의사당’을 만드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의원실 안방까지 내놓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민의의 전당’만큼은 국민이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김채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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