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에 무조건 시비를 걸 까닭은 없다. 금감원이 불철주야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설립 목적을 위해 매진한다면 국민은 왜 더 후한 대우를 못해주느냐며 안타까워할 것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국민은 금융검사·감독이 엉망이란 사실을 한눈에 알아봤다. 통화옵션상품 ‘키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같은 사안도 널려 있다. 금감원을 포함한 금융당국을 믿고 의지할 금융수요자는 얼마나 되겠는가.
금감원은 연봉 논란에 대해 인력 수준 핑계를 댄다고 한다. 전문인력 비중이 커 평균 연봉도 높다는 식이다. 이해가 쉽지 않다. 우리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세계 144개국 가운데 71위, 은행 건전성은 98위에 불과하다. 부실 관리감독을 말없이 증언하는 사건도 잇달아 터진다. 시중은행권 골목만 돌아도 ‘슈퍼 갑’ 행세에 바쁜 감독기관에 대한 원성을 귓전에 가득 담게 된다. 이런 판국에 뭔 인력 수준 타령인가. 그 많다는 전문 인력이 대체 무슨 일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지부터 명확히 밝히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금감원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한국거래소 연봉은 1억1360만원, 예탁결제원은 1억80만원으로 꿈의 연봉을 자랑한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공기업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 또한 8700만원에 달한다. 저마다 ‘신의 직장’인 것이다. 1970년대 미국 금융권에서 발아한 돈잔치의 병폐가 국내 금융공기업까지 잘못 물들인 것은 아닌지 정색을 하고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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