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서 ‘종북좌파’ 15번 언급
직원들에 세뇌하듯 반복 사용
야당·노조 여론조작 ‘타깃’ 삼아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재임기간 중 직원들에게 총 12번의 선거개입 지시를 했다. 노골적으로 지시한 사례도 있었고, 간접 화법을 쓴 경우도 있었다. 국내 정치에 관여하라는 취지의 발언도 10번이나 했다. 원 전 원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기업 노조 등을 종북좌파로 규정하고 이들을 여론조작의 타깃으로 삼았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4·11 총선이 치러진 직후인 4월20일 회의에서 “통합진보당만 13명이고 종북좌파 40여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는데, 우리나라 정체성을 계속 흔들려고 할 거다”며 국회의원 일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앞서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직전에는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안 세우고 있다”고 직원들을 질책한 뒤 “전 직원이 인터넷을 청소한다는 자세로 종북세력들을 끌어내야 된다”며 여론조작을 적극 독려했다.
원 전 원장 지시는 즉각 전달돼 행동에 옮겨졌다.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곳에 정치색이 짙은 글들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 낙선운동 수준의 댓글 활동을 벌였다. 아이디 ‘jambaprince’를 썼던 국정원 직원은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 게시판에 지난해 11월 23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천안함 폭침 후 나온 5·24 대북제재 조치까지 해제한다고 한다. 국익을 수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는 취지로 민주당 대선후보 반대글을 올렸다.
‘dkzkfkzk’를 아이디로 썼던 직원은 지난해 12월 5일 ‘뽐뿌’라는 사이트에 “어제 TV 토론을 보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남쪽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다”며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들을 겨냥한 비난글을 올리는 등 불법 선거활동을 벌였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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