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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각본·감독… 불법 작전명은 '종북좌파 척결하라'

입력 : 2013-06-15 11:19:32 수정 : 2013-06-15 11: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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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단 독립부서로 승격… 정부정책 옹호 지시
총선·지방선거서 野 비방 게시글·낙선운동 벌여
대선 땐 민주당 37건·안철수 4건 비판 글 올려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 조작을 통해 정치 및 선거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 조작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이후 퇴임까지 4년간이나 지속됐고, 이 기간 정치와 선거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에게 ‘정치 공작’을 지시한 원 전 원장은 불법 행위의 명분을 찾기 위해 ‘종북좌파’를 제물로 삼았다. 

◆원 전 원장 취임 후 본격화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은 원 전 원장의 그릇된 사고 방식에서 비롯됐다.

이명박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원 전 원장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의 원인을 종북좌파 탓으로 판단했다. 이후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종북좌파의 행위로 간주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종북좌파 척결’을 국정원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 결과물이 국정원 심리전단이다. 이는 “국정원의 임무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넓은 시각에서 업무를 더 공격적으로 수행하라”는 지시(2009년 5월15일 부서장회의)에서 잘 드러난다.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운데)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취임 한 달 만에 심리전단을 조직 내 독립부서로 승격 조치했다. 달랑 1개이던 사이버대응팀도 2개로 늘렸고 1년 뒤에 3개로 확대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는 4개팀으로 덩치를 더 키웠다. 이 업무에 매달린 직원만도 70여명에 달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조직을 이용해 세종시·4대강살리기사업·제주해군기지·FTA·부동산정책 등 국정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옹호토록 ‘작전’ 지시를 내렸고, 그 결과물이 무엇인지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 

◆70여명이 모여 인터넷 활동

심리전단은 원 전 원장 재임기간 인터넷에 총 1970건의 불법 정치 관련 게시글을 올렸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한명숙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뇌물수수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특히 심리전단은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더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이 가운데 현재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18대 대선 관련 글은 73건으로 파악됐다. 게시글 중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 당사자를 직접 거론하거나 민주당의 정책을 비판한 글은 37건이었다. 북한 미사일 옹호발언 등의 형대로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와 통진당을 비판한 글은 32건, 대선 유력 주자였던 안철수 예비 후보를 비판한 글은 4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여당 후보를 비난한 글은 한 건도 없었다.

시기별로는 지난해 9월 9건, 10월 9건, 11월 24건, 12월 35건 등 대선이 임박할수록 야당 비방 게시글이 급증했다.

인터넷 인기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 게시판 등에 올라온 글에 찬반 클릭을 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낙선운동’을 벌인 사례도 5100여건이나 적발됐다.

심리전단 직원들은 일반인인 척 행세하며 ‘새누리당 반대글’·‘민주당 지지글’엔 반대의사를, ‘새누리당 지지글’·‘민주당 반대글’엔 찬성의사를 각각 표시했다. 기계적으로 찬반 클릭을 반복하다보니 ‘새누리당 반대글’에 찬성의 뜻을 밝히는 등 실수 사례도 적지 않았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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