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前 청장 개입으로 은폐·축소
警 “충격적… 국민에게 부끄럽다” “나왔다.”
지난해 12월15일 오전 4시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안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른바 ‘댓글녀’로 불렸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노트북을 분석하던 분석관들이 밤샘 작업 끝에 정치 개입 댓글 의혹의 증거를 찾아낸 순간이었다. 김씨가 경찰에 노트북을 제출하기 직전 삭제한 문서 파일 하나를 전날 오후 8시쯤 찾아내 증거 추적에 나선 지 불과 8시간 만의 성과였다. 이들은 “고기 파티를 하자”며 자축했다. 이어 “이 자료를 뽑아 수사팀(수사경찰서)에 넘기자”는 말을 주고받았다. 분석관들이 찾아낸 김씨 댓글 관련 증거들은 무려 A4용지 100쪽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11시 발표된 경찰 중간수사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디지털증거 분석 결과 박근혜·문재인 후보를 지지 및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글·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증거확보에서 수사 발표까지 19시간 동안 도대체 경찰 내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개입이 결과를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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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운데)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허위의 언론공보를 하도록 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 외에는 다른 이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의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경찰은 발칵 뒤집혔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단히 충격적이고 국민에게 부끄럽다”며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서울청이 문 닫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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