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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찾은 선거개입 증거 김용판이 뭉갰다

입력 : 2013-06-14 23:50:24 수정 : 2013-06-14 23: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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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댓글녀’ 노트북서 확보
金 前 청장 개입으로 은폐·축소
警 “충격적… 국민에게 부끄럽다”
“나왔다.”

지난해 12월15일 오전 4시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안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른바 ‘댓글녀’로 불렸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노트북을 분석하던 분석관들이 밤샘 작업 끝에 정치 개입 댓글 의혹의 증거를 찾아낸 순간이었다. 김씨가 경찰에 노트북을 제출하기 직전 삭제한 문서 파일 하나를 전날 오후 8시쯤 찾아내 증거 추적에 나선 지 불과 8시간 만의 성과였다. 이들은 “고기 파티를 하자”며 자축했다. 이어 “이 자료를 뽑아 수사팀(수사경찰서)에 넘기자”는 말을 주고받았다. 분석관들이 찾아낸 김씨 댓글 관련 증거들은 무려 A4용지 100쪽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11시 발표된 경찰 중간수사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디지털증거 분석 결과 박근혜·문재인 후보를 지지 및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글·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증거확보에서 수사 발표까지 19시간 동안 도대체 경찰 내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개입이 결과를 바꿔놓았다.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운데)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14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경찰 분석관들이 증거를 확보하던 날 직원들에게 ‘국정원의 선거개입 및 정치관여 의혹을 해소해 주는 내용으로 보도자료 초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김 전 청장은 애초부터 증거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에 면죄부를 줘 정치적 의혹을 덮으려는 마음뿐이었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김 전 청장이 김씨 댓글 관련 증거들을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청장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는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규정 등 위반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허위의 언론공보를 하도록 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 외에는 다른 이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의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경찰은 발칵 뒤집혔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단히 충격적이고 국민에게 부끄럽다”며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서울청이 문 닫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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