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회담에서 북측 인사들은 언제나 우리측 대표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남한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도 아닌데 무슨 군사문제를 논의하냐며 오로지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거죠.”
1991년부터 국방부에서 남북 문제를 다뤘고 남북 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역임하는 등 남북 관계의 산증인인 이상철 군비통제차장(육군 준장)은 “북한은 이처럼 남북 군사대화에서는 정전협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해왔다”며 “동시에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훼손시키려는 시도도 치밀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들고 나온 의제는 대북 심리전 중지 이외에는 없었다”며 “이것도 자신들이 심리전에서 우위에 있을 때는 언급하지 않다가 우리가 대북 심리전을 강화해 전광판을 설치하고 월드컵 중계를 보여주는 등 공세에 나서자 의제로 삼자고 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북한의 행태는 정전협정 당사자 가운데 중공군은 떠나고 미군만 한반도에 남아있기 때문에 군사 문제는 모두 미국과 대화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른바 ‘통미봉남’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 차장은 “정전체제를 유지하는 요소는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중립국감독위원회, 군사정전위원회”라며 “북한은 1991년 군사정전위원회 유엔사 수석대표로 한국군 장성이 임명된 것을 빌미로 정전위를 거부한 뒤 이후 완전히 철수했고 중립국감독위원회의 공산진영측 대표인 체코와 폴란드를 강제 축출했다”고 설명했다. 정전체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기 위한 책동이었다.
북한은 올해도 정전협정 무력화에 급피치를 올렸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3월5일 성명에서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활동 전면 중지, 판문점 북·미 군부전화 차단’ 등을 주장했다.
북한이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미동맹 와해를 의도하고 있다는 게 이 차장의 분석이다. 그는 “북한의 주장대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난 뒤에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 연합훈련 폐지 주장이 뒤따를 것”이라며 “북한은 물론 남한 내 일부에서도 이런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 이를 근거로 한·미동맹을 무너뜨리려는 것은 북한의 대남전략의 일환이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차장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양국의 군비도 적정 수준으로 감축해 군사적 안정성을 이뤄야 평화협정 체결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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