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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현실인지라…고만큼 모자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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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새 시집 ‘작은 산’ “죽도록 사랑해.” “너랑 헤어지느니 죽고 말겠어.”

연인들이 흔히 주고받는 대화다. 사랑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여자와 남자의 얘기는 늘 우리 심금을 울린다. 그런데 냉정히 따져 보자. 사랑이 아무리 소중한들 하나뿐인 목숨보다 더 소중할까.

“나 죽도록/ 너를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사랑’)

시인 박철(53·사진)씨의 새 시집 ‘작은 산’(실천문학사) 맨 앞에 실린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한다는 뜻으로 곡해하진 말자. 우리가 빈소에서 흔히 나누는 말처럼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토닥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인에게 인생이란 사랑을 찾아 떠나는 방랑이다. 누구나 운명적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이 발을 붙든다.

“산다는 게 결국/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일이었던가요// 정신줄 놓고 호미질을 하다가 문득,/ 마빡 부딪는 이가 있어/ 서로 놀라/ 주저앉을 때가 있다.”(‘길’)

시인과 식당 여주인이 친구가 된 사연을 시로 쓴 ‘버리긴 아깝고’는 해학이 넘친다. 시인이 “버리기 아깝다”며 식당 주인한테 시집 한 권을 선물했더니, 며칠 뒤 비 오는 날 그녀가 “아귀찜을 많이 했는데 버리기 아깝다”며 그를 초대했다. 마주 앉은 두 남녀 사이에 찌릿 전류가 흐른다.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버리긴 아깝고’ 중에서)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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