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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그림토크] 사라져가는 전통 소나무처럼 빛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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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뽀얗고 하얀 피부를 선호한다. 언제나 연예인 누구누구의 ‘피부 따라하기’가 화제다. 방송용 카메라와 모니터의 빠른 발달은 모든 연예인들을 긴장시킨다. 피부는 하루하루 컨디션에 따라 다르기에 정말 남모를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촬영 현장에서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투명하고 잡티 없는 피부를 주문한다. 잠시나마 화장품으로 요술을 부려 달라는 것이다. 드라마 한류와 함께 우리 배우들의 깨끗한 피부는 외국 시청자의 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아울러 우리네 화장품도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말씀을 들어봐도, 여자든 남자든 얼굴 피부는 매끄럽고 하얀 도자기 같아야 한다. 뭐, 하얀색을 좋아한 백의민족이란 말까지 꺼내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조선 500년, 백자에 대한 기호가 우리 피부에까지 표현된 것일까. 일상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같이했기에 어쩌면 가장 친근한 단어 선택일 것이다. 이렇듯 새하얀 백색은 우리 민족의 유전자 안에 축적된 전통의 미감이 되었다.

백자는 조선 초부터 품질이 우수했다. 원료의 조성과 소성과정에 따라 다양한 백색이 생기며 시대에 따라 유백색, 설백색, 회백색, 청백색 등으로 나타났다. 15세기 중엽부터 왕실을 중심으로 초벌 후 표면에 코발트(회회청)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청화백자가 크게 발전했다. 중동지방에서 생산된 푸른색 안료인 코발트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상서로운 색깔이다. 코발트는 중국에서도 수입품으로 귀했으며, 우리는 중국에서 다시 수입하였다. 때로 구하기 어려운 적도 있어, 당시 생산된 청화백자 수가 극히 적었다.

왕실에는 도자기만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었으며, 도화서의 화원들이 그림을 담당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의상·화장품·액세서리 등이 크게 유행하듯, 왕실의 고급문화는 언제나 백성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코발트는 사치품으로 취급되어 사용이 금지됐지만, 귀족들이 암암리에 청화백자를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못하게 막으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김현정의 ‘전통에 빠지다’.
청화백자 중에서 나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포도문양의 청화백자가 마음에 들었다. 담담한 청백색 표면의 수많은 공기구멍은 도공의 힘든 수고가 보이는 듯하다. 지금의 도자기 감상은 이미 옛날과 다르다. 의례와 실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옛 백자들은 이제 모두 박물관이나 컬렉터의 장식장으로 들어갔다. 옛날 방식으로 온전히 그것들을 재현하기도 어렵지만, 사실 그럴 필요조차도 사라졌다.

나는 내면아이 랄라가 포도문 청화백자에 쏘옥 빠진 것을 그려 보았다. 배경은 이미 사라진 전통의 상징으로 푸른 솔 한 그루를 금분으로 그렸다. 비록 지금도 우리가 소나무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표현하지만, 전통에 대한 관심은 깊은 어둠을 맞이했다. 나는 우리의 전통이 언제나 소나무처럼 어둠 속에서 금빛으로 빛나길 바란다. 

김현정 배우·화가 www.kimhyunjungtal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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