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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꿀벌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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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01 20:43:01 수정 : 2013-05-01 20: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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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은 학교 근처에서 양봉을 했다. 문제는 땅벌의 공격으로 꿀벌이 떼죽음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고민을 털어놓자 남학생들이 기꺼이 해결사로 나섰다. 방과후면 어김없이 학교 인근 산으로 달려갔다. 땅벌집을 제거하는 것이 숙제가 된 셈이다. 땅속 벌집 위에 연기를 피우고 기어나오는 벌을 소나무 가지로 내리쳤다.

땅벌과의 전투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땅벌에 쏘인 한 친구 얼굴은 두 배로 커졌다. 선생님의 칭찬은 고통을 잊게 하는 약이었다. 박수를 받은 친구는 우쭐해 그 다음날 더 용감해졌으니. 그해 선생님의 벌 농사는 풍작이었다. 37년 전의 기억이다.

꿀벌은 사회생활을 하는 영물이다.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이 8자 모양의 엉덩이 춤으로 동료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1973년 노벨상을 받았다. 꿀벌은 인간의 식용작물 63%의 수분을 돕는다고 한다. 연간 2030억달러(약 224조원)어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주장이다.

지구촌에서 꿀벌이 떼죽음하고 있다. 2007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꿀벌이 매년 30%씩 감소했고 최근 25년 동안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떼죽음으로 몰고 간 용의자는 많다. 기상이변과 기생충, 유전자 변형작물, 바이러스가 거론된다. 휴대전화 전자파와 살충제 성분이 신경계를 마비시켜 꿀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럽연합(EU)이 엊그제 세계에서 처음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을 2년간 금지키로 결정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가 꿀벌의 신경계를 손상시켜 개체수를 급감시키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꿀벌의 고마움을 모른 채 살아온 이기적인 인간들. 꿀벌의 고통을 헤아리고 보호 노력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농산물 증대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게 꿀벌 개체 늘리기가 아닐는지….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컸던 아인슈타인은 경고했다. “만약 세상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식물이 수분작용을 하지 못해 인류는 4년 정도밖에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현실화될까 두렵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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