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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 메시지만 부각… 싸이 ‘젠틀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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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19 20:11:02 수정 : 2013-04-19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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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가 몰라 왜 화끈해야 하는 건지, 알랑가 몰라 왜 말끔해야 하는 건지, 알랑가 몰라 왜 미끈해야 하는 건지, 알랑가 몰라 왜 쌔끈해야 하는 건지….’

13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불과 나흘도 안 돼 조회 수 1억을 달성했다. 이는 유튜브 사상 최단 기간 신기록이다. 이뿐만 아니다. 벨기에·체코·멕시코·핀란드·스웨덴 등 29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64개국 아이튠즈 차트 톱 10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 참으로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유튜브 조회 수에 일관된 싸이의 세계적 열기에 정작 짚어야 할 주요 사안이 묻혀버리고 있다. 이미 일부 매체에서도 뮤직비디오 중 일부가 재미 수준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김용승 서울 영등포 평화봉사단장
문제의 뮤직비디오는 다음과 같다. 노인에게 쇼핑백을 들게 하는 등 비서처럼 부려먹는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여성을 속도를 높여 넘어지게 한다.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여성의 잔을 툭 쳐버린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여성에게 방귀를 먹인다. 용변이 급한 남성이 탄 엘리베이터 전 층을 눌러버린다. 레스토랑 의자에 앉는 여성의 자리를 빼버린다. 비키니 입은 여성의 등을 오일로 발라주다가 수영복 끈을 풀어버린다.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 공을 빼앗아 멀리 차버리고 좋아한다. 여기에 브아걸 가인은 19금의 상징인 어묵을 요염하게 한입 깊게 물고 나온다.

싸이의 젠틀맨은 겉으로 근엄한 척하며 허세를 부리는 현대사회의 가짜 젠틀맨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음악은 한마디로 끝없는 자유의 추구다. 이 때문에 그에게 현대사회가 만들어 놓은 각종 규격과 형식은 단연코 개혁의 대상이다. 이번 ‘젠틀맨’ 뮤직비디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싸이가 추구하는 자유는 억눌린 성(性)에 대한 발산이다. 강남스타일의 ‘놀 때 노는 여자’, 젠틀맨의 ‘매끈 쌔끈’ 등의 노골적 표현, 이와 함께 골반을 흔들며 묘한 감정을 유발케 하는 브아걸의 ‘시건방춤’ 리메이크 또한 한편의 해방된 성(性)의 메시지로 들려온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이 인간의 본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는 끝없이 자유로운 성의 추구와 함께, 한편으론 성의 범람이 가져올 가정붕괴, 인간성 몰락 등 황폐한 정신세계를 우려하는 현실이 공존하고 있음을 애써 부인하기 힘든 데 말이다. 과연 싸이를 통해 한국을 보게 될 세계인들이 ‘놀 때 노는 섹슈얼리즘’으로 가득 찬 한국의 이미지로 각인된다면 무어라 답해야 할까. 그저 세계인들이 우스꽝스러운 한편의 뮤직비디오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그 파급력이 커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1965년 대한민국 문화빈곤기에 탄생한 ‘리틀엔젤스어린이예술단’이 있다. 이 아이들은 오로지 한국의 고유한 춤과 노래 하나로 가히 한류의 원조라 불릴 만큼, 한국을 세계에 알린 메신저로 불리고 있다. 싸이가 진정 한류를 등에 업은 월드스타라면 잠시나마 이 리틀엔젤스예술단을 돌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상업성’을 넘어 대한민국 고유의 철학과 정서가 담긴 ‘진정한 한류’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그런 싸이가 더 자랑스럽다.

김용승 서울 영등포 평화봉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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