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불과 나흘도 안 돼 조회 수 1억을 달성했다. 이는 유튜브 사상 최단 기간 신기록이다. 이뿐만 아니다. 벨기에·체코·멕시코·핀란드·스웨덴 등 29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64개국 아이튠즈 차트 톱 10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 참으로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유튜브 조회 수에 일관된 싸이의 세계적 열기에 정작 짚어야 할 주요 사안이 묻혀버리고 있다. 이미 일부 매체에서도 뮤직비디오 중 일부가 재미 수준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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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승 서울 영등포 평화봉사단장 |
싸이의 젠틀맨은 겉으로 근엄한 척하며 허세를 부리는 현대사회의 가짜 젠틀맨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음악은 한마디로 끝없는 자유의 추구다. 이 때문에 그에게 현대사회가 만들어 놓은 각종 규격과 형식은 단연코 개혁의 대상이다. 이번 ‘젠틀맨’ 뮤직비디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싸이가 추구하는 자유는 억눌린 성(性)에 대한 발산이다. 강남스타일의 ‘놀 때 노는 여자’, 젠틀맨의 ‘매끈 쌔끈’ 등의 노골적 표현, 이와 함께 골반을 흔들며 묘한 감정을 유발케 하는 브아걸의 ‘시건방춤’ 리메이크 또한 한편의 해방된 성(性)의 메시지로 들려온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이 인간의 본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는 끝없이 자유로운 성의 추구와 함께, 한편으론 성의 범람이 가져올 가정붕괴, 인간성 몰락 등 황폐한 정신세계를 우려하는 현실이 공존하고 있음을 애써 부인하기 힘든 데 말이다. 과연 싸이를 통해 한국을 보게 될 세계인들이 ‘놀 때 노는 섹슈얼리즘’으로 가득 찬 한국의 이미지로 각인된다면 무어라 답해야 할까. 그저 세계인들이 우스꽝스러운 한편의 뮤직비디오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그 파급력이 커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1965년 대한민국 문화빈곤기에 탄생한 ‘리틀엔젤스어린이예술단’이 있다. 이 아이들은 오로지 한국의 고유한 춤과 노래 하나로 가히 한류의 원조라 불릴 만큼, 한국을 세계에 알린 메신저로 불리고 있다. 싸이가 진정 한류를 등에 업은 월드스타라면 잠시나마 이 리틀엔젤스예술단을 돌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상업성’을 넘어 대한민국 고유의 철학과 정서가 담긴 ‘진정한 한류’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그런 싸이가 더 자랑스럽다.
김용승 서울 영등포 평화봉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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