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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리뷰] ‘오블리비언’ 톰 크루즈가 외치는 ‘붐디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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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21 13:56:09 수정 : 2013-04-21 13: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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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

톰 크루즈의 신작 ‘오블리비언’(감독 조셉 코신스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외로운 SF액션 영화’라 할 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인 2077년,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에서 스스로 핵을 투하하고 폐허가 된 지구. 인간들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구를 떠나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의 이주를 준비 중이다.

주인공 잭 하퍼(톰 크루즈)는 지구와 타이탄의 중간 거점인 우주정거장 ‘테트’의 지시를 받아 정찰기 ‘드론’의 관리와 수리를 전담한다. 그의 곁에는 테트와 자신을 연결해주는 중간책 비카(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있고, 두 사람은 스카이타워에서 겉으로 보기엔 안락하고 행복한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꿈’이었다. 그 꿈속에는 언제나 한 여인이 서 있고 아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테트에 의해 5년 전 모든 기억이 삭제된 그는 어쩌면 그 꿈이 과거 기억에 대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블리비언(Oblivion)’이란 흔치 않은 제목은 ‘무의식’ 혹은 ‘망각, 잊혀짐’이란 뜻을 지닌다. 과거의 기억을 거의 갖고 있지 않는 하퍼의 상황을 잘 드러낸 제목이다. 그런데 ‘오블리비언’은 망각 외에 ‘완전히 파괴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를 뜻하기도 해 ‘폐허가 된 지구’라는 함의까지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제목이다.

하퍼의 평범한 일상은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줄리아(올가 쿠릴렌코)를 구출하고, 지하조직의 리더인 말콤(모건 프리먼)을 만나면서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크루즈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 이후 8년 만에 선택한 SF 대작답게 ‘오블리비언’은 업그레이드된 IMAX 촬영기술과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실감나는 영상을 선보인다. 종말을 앞둔 지구의 표현을 위해 제작진은 아이슬란드, 하와이 등을 오가며 날 것 같은 느낌의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폐허가 된 지구의 모습은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불모지 속에서도 강항 생명력으로 싹을 틔우는 대자연의 모습은 이내 경이로움으로 바뀐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타이탄 이주 정책은 점점 균열이 생긴다. 궁극적으로는 한 인간의 마음에 심어져 있던 작은 의심의 불씨가 결국 테트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

잭 하퍼의 꿈에서 시작한 영화는 그가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크루즈가 분한 하퍼의 분량이 대부분이다 보니, 주요 등장인물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크루즈의 존재감은 작지 않지만, 웅장한 스케일에 비해 스크린을 채우는 인물수가 적어 황량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인공의 삭제된 기억과 그 이면에 숨겨진 비밀, 지구 종말 후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 정책을 다룬 스토리는 ‘토탈리콜’ ‘블레이드 러너’ 등 이미 많은 SF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잭 하퍼의 정체성을 하나 둘 캐나가다 보면 인간성이 말살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  남는 ‘희망’이란 이름의 씨앗, 사랑과 희생의 숭고함을 깨닫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오블리비언’의 진짜 가치는 빛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TV 광고에 나오는 노래 가사 속 ‘붐디아다(지구를 사랑하자)’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이 주문을 기억하면 관객 스스로도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다.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극장에서 확인하면 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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