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변했다. 소비자의 선택에 민감해진 현대자동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5000만원 이상 고급 세단 시장에서 무차별 폭격을 받은 현대자동차는 안방 지키기에 나섰다. ‘왜 독일차를 선호하는가’에 대한 분석이 이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i30와 i40 등 유럽 전략 차종이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평받으며 소위 ‘수입차 못지 않다’고 인기를 끄는 가운데 대형 세단 제네시스도 다이내믹한 승차감을 앞세워 독일차 따라잡기에 나섰다.


▲ 서스펜션·브레이크 강화한 ‘제네시스 다이내믹’
2008년 제네시스가 첫 등장할 당시 가장 큰 이슈는 ‘후륜구동 대형 세단’이었다. 독일의 BMW와 벤츠가 신념처럼 지켜오는 구동방식이다. 이 방식은 앞에 있는 엔진에서 뒷바퀴로 동력이 전달되어야하니 무게가 늘고 실내가 좁아진다. 그래도 앞·뒤 밸런스가 좋고 뒤에서 밀어주는 추진력에 승차감이 개선된다는 이유에서 고집해 왔다. 그리고 마치 ‘고급차=후륜구동’의 공식이 성립되는 듯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13년. 현대자동차는 구동방식뿐만 아니라 승차감까지 독일차를 빼닮은 ‘제네시스 다이내믹’을 선보였다. 기존 제네시스에 좀 더 단단한 스프링과 쇽업쇼버, 스테빌라이저를 장착했고 19인치 휠과 콘티넨털의 고성능 타이어를 기본으로 추가했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기 위해 4 피스톤 캘리퍼 브레이크를 추가했다. 그것도 제네시스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새겨서 내놨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고속도로만 올라서면 시속 150㎞/h∼200㎞/h를 넘나드는 독일에서는 고속주행성능이 자동차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다. 이 정도 속도에서 불안하다면 1차선을 내줘야하고 트럭과 함께 가장 오른쪽 차선으로 밀려나야 한다. 가장 빠른 도로도 시속 110㎞/h인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문화다. 그래서 독일산 자동차는 고속에 강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안정감이 있으려면 서스펜션이 단단해야 한다. 출렁이는 자동차는 한두 번 흔들리다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다이내믹은 이점을 고려했다. 스포츠 성능을 강화했다지만 시승 내내 ‘스포츠’라는 두루뭉술한 성능보다는 ‘고속주행강화’라는 명쾌한 해석이 적당해보였다.
▲ 176.3㎞ 달려보니…부드러운 고속주행
부드러운 제네시스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좋게 보면 부드러운 가속이고 꼬집자면 한 박자 늦은 출발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으니 소리없이 달려나간다. 자동차 업체들이 우리나라 소비자가 가장 민감한 부분을 ‘소음과 진동(NVH)’이라고 꼽고 있다. 그만큼 제네시스도 NVH 개선에 신경을 썼다. 모든 창문에는 유리 두 장을 붙이고 사이 공간을 띄운 ‘이중접합유리’가 장착됐다. 문짝과 차체가 만나는 고무패킹 역시 두껍고 넓어졌다. 용접 포인트를 늘려 차체 강성을 강화해 뒤틀림이 없다. 그만큼 소음이 감소했다. 고속으로 달릴 기본기를 갖췄다.



시속 100㎞/h에서 변속기는 이미 8단에 들어갔다. 항속 모드다. 엔진 회전수는 1500rpm을 조금 넘기고 있다. 정속 주행에서 엔진 회전이 낮을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고속주행에서 연비를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6기통의 3.3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은 ‘제네시스 다이내믹 3.3’은 복합연비가 9.4㎞/ℓ(도심 7.9㎞/ℓ, 고속도로 12.3㎞/ℓ)다. ‘다이내믹’을 붙이면서 복합 기준 0.2㎞/ℓ의 연비 하락이 있었다.
변속은 계기반을 살펴보지 않으면 눈치챌 수 없다. 그만큼 부드럽다. 출발하자마자 이어지는 변속은 시속 100㎞/ℓ에 이르기도 전에 8단까지 올라간다. 반면, 고속에서 추월하기 위해 기어를 낮추는 ‘시프트 다운’을 시도해도 만족할 만한 힘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이내믹이라고는 하지만 편안한 주행에 맞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속도로와 서울시내 176.3㎞를 달리고도 주행가능거리는 357㎞가 남았다. 73ℓ의 연료통을 감안해 시승의 평균 연비를 추정해보면 약 7.3㎞/ℓ가 된다.
산길을 만났다. 변속기 아래에 ‘스포트’ 모드를 눌러 변속 시점을 늦췄다. 보다 스포티한 주행을 하기 위해서다. 구불거리는 산길을 좌우로 흔들며 달렸다. 안정감이 이전 제네시스와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역할은 타이어다. 비명소리를 내며 미끄러질 타이밍이지만 용케도 버틴다. 19인치 휠을 적용해 좌우 흔들림도 줄었다. 이와 함께 스포츠 서스펜션이 차체의 출렁임을 막아준다. 다이내믹 에디션의 진가가 나온다. 다만, 내리막에서 만난 과속방지턱에서는 단단하게 치고 올랐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승차감을 감쇄시켰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인데 제네시스 다이내믹이 딱 그렇다.
▲ 화려한 옵션은 수입차 능가해…
비슷한 가격대 수입차와 비교해 국산차의 장점은 화려한 옵션과 저렴한 유지보수 비용이다. 5126만원의 제네시스 다이내믹 역시 이런 점이 돋보인다. 실내에 앉으면 독일산 세단보다 엉덩이 높이가 살짝 높은 시트가 몸을 감싼다. 19인치 휠을 장착해 차체도 높아졌고 시트 자체도 높아 운전 시야는 오히려 넓다. 스포츠 주행을 강조한 모델이지만 스티어링휠은 우드를 적용한 그대로다. 여타 수입차의 스포츠 모델처럼 그립감을 개선한 별도의 휠도 고려했으면 좋았을 법하다. 운전석 오른편의 센터페이시아에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공조시스템이 통합돼 대형 화면으로 보인다. 변속기 레버 아래쪽의 동그란 버튼을 이용해 조작해도 되고 터치스크린을 직접 눌러도 된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도 제법 한국말을 잘 알아듣는다.


현대차가 최근 연이어 선보이는 텔레매틱스 시스템 ‘블루링크’가 적용됐다. 원격에서 시동을 걸거나 제어할 수 있고 주차위치를 확인하고 문을 열고 닫는 등 영화에서 보던 기능을 가능케 한다.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 길안내를 한다. 한국에서 만든 지도를 사용해 사용이 편리하고 업데이트가 빠르다. 다이내믹 에디션을 내놓으며 실내에서 달라진 점은 페달이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모두 알루미늄으로 바뀌었다. 모양만 바꾼 개선이지만 운전자가 자주 보는 곳이니 변화의 효과가 크다.
글·사진=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