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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선 교육평론가 |
지금의 현실이 잘 보여주듯, 남이 달리니까 우리도 그 속도에 묻혀 똑같이 달려온 자신을 발견한다. 앞만 보고 열심히 밟아 왔던 삶의 가속페달을 그대로 밟고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것은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까지도 포함한다.
우리 사회의 열정은 그 에너지의 힘으로 보나, 단어가 주는 어감으로 보나 사람의 호감을 사고도 남는다. 이 정도면 우리의 열정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열정을 냉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열정’을 ‘감정’으로, ‘냉정’을 ‘이성’으로 치환해 보면 어떨까.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쏠림현상은 절제되지 않은 감정이 우리를 광풍처럼 흔들어대는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점에서 우리의 열정은 축복이자 재앙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것이다. 빠름에 대한 불안과 변화의 요구가 있을 뿐 그 변화의 양상과 요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진화돼 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않다. 여전히 한 쪽에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분으로 속도와 절제되지 않은 에너지의 표출을 즐기며 이를 열정으로 포장한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게 열정이 무엇이며 냉정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언자 칼릴 지브란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대들의 이성과 열정은 바다를 항해하는 영혼의 키와 돛입니다. 돛이나 키 중에 어느 하나만 부서져도 그대들은 정처 없이 표류하거나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멈추어 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이란 홀로 다스리면 제한하는 힘이고 이성을 동반하지 않은 열정은 스스로를 태워 파멸시키는 불꽃이기 때문입니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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