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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빠름은 과연 미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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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14 21:19:53 수정 : 2013-02-14 2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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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 빠름∼”, 한때 유행했던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이 아니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자랑하는 인터넷 광고다. 우리네 삶의 속도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스피드와 이를 추동케 하는 열정이란 에너지를 미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런 미덕 아닌 미덕은 극단적 ‘쏠림’이라는 정반대의 현상까지 포함한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빨리 빨리’ 혹은 ‘빠름’이 갖는 긍정의 문제만이 아닌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 너도나도 힐링을 외치는 것도 그런 방증의 하나일 게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열정은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에너지다. 이런 에너지의 역동적 분출이 집단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전국을 붉게 물들인 월드컵 응원은 좋은 예다.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여 ‘대∼한민국’을 마치 독립만세 부르듯 외쳤다. 정신분석가들이 집단적 히스테리로 평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시대의 조류를 타는 대중의 곤고함은 한 시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때론 그 지난함으로 인해 사회를 추동해 왔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현실이 잘 보여주듯, 남이 달리니까 우리도 그 속도에 묻혀 똑같이 달려온 자신을 발견한다. 앞만 보고 열심히 밟아 왔던 삶의 가속페달을 그대로 밟고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것은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까지도 포함한다.

우리 사회의 열정은 그 에너지의 힘으로 보나, 단어가 주는 어감으로 보나 사람의 호감을 사고도 남는다. 이 정도면 우리의 열정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열정을 냉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열정’을 ‘감정’으로, ‘냉정’을 ‘이성’으로 치환해 보면 어떨까.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쏠림현상은 절제되지 않은 감정이 우리를 광풍처럼 흔들어대는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점에서 우리의 열정은 축복이자 재앙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것이다. 빠름에 대한 불안과 변화의 요구가 있을 뿐 그 변화의 양상과 요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진화돼 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않다. 여전히 한 쪽에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분으로 속도와 절제되지 않은 에너지의 표출을 즐기며 이를 열정으로 포장한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게 열정이 무엇이며 냉정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언자 칼릴 지브란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대들의 이성과 열정은 바다를 항해하는 영혼의 키와 돛입니다. 돛이나 키 중에 어느 하나만 부서져도 그대들은 정처 없이 표류하거나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멈추어 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이란 홀로 다스리면 제한하는 힘이고 이성을 동반하지 않은 열정은 스스로를 태워 파멸시키는 불꽃이기 때문입니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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