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도시는 지난 1991년 첫 입주가 시작돼 2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히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파트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1기 신도시 주변에 대체 주거지 공급이 이어지면서 명품 주거지로서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황이다.
분당에 사는 A씨는 “대부분 준공된지 20년이 넘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오고 층간 소음도 심각하다”며 “1000만~2000만원을 들여 내부수리를 하지 않고는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자녀 교육 때문에 지난 연말 분당지역의 소형아파트로 이사를 계획했던 한 주부는 “시범단지 아파트로 갈까 고민했는데, 인테리어나 배관 시설이 너무 낡았고 주차장이 많이 부족해 남편이 출퇴근할 때마다 고생이 심할 것 같아 판교의 새 아파트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당의 아파트들은 대개 15년 이상이 되면서 기본 인프라가 노후됐다. 이 때문에 기존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깨끗한 판교·광교 등 주변에 들어서는 2기 신도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1기 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파트가 점차 노후화되고 있지만,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파트를 준공한지 20년이 지나 아직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서울 강남권이나 경기 과천 주공단지들과 같이 저층단지가 아닌 대부분 중층단지로 이뤄져 재건축을 통해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기도 어렵다.
이에 1기 신도시 조합들은 아파트 리모델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리모델링이 활성화돼야 노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침체된 주택 거래도 다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건축물은 1988년부터 내진설계가 적용됐으나 1기신도시를 건설할 당시에는 리히터 3~4 규모의 지진을 기준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현재 기준인 리히터 5.5~6에 비해 취약하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아파트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호재도 없다 보니 1기 신도시는 주택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분당의 경우 2011년 10월 정자역과 강남역을 잇는 신분당선 1단계 구간이 개통됐지만, 노후화된 주거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태욱 하나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은 “1기 신도시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하지 않으면, 가격 상승 요인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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