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찾아내고 예산효율 높여야 아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내내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심초사할 것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게 소신이라 더 그럴 게다.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에 성장은 어려워지는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임기 5년 동안 3% 성장도 버겁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복지는 곳간이 넉넉해야 지속이 가능한데, 성장하지 않고는 곳간을 채울 방법도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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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희창 산업부장 |
문제는 이같이 막대한 복지재원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 실현을 위해 올해부터 연간 27조원, 집권 5년 동안 135조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고 추가 세원을 발굴해 40%(10조8000억원), 정부 지출을 줄여 나머지 60%(16조2000억원)를 충당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비과세·감면 정책 대부분은 중소기업· 서민 등 약자층이 대상이라 혜택을 줄이면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방법으로는 5조원 이상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가가치세 인상도 저소득층에 부담을 줘 민생을 화두로 내건 박 당선인의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 국채 발행에 대한 국민정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연간 27조원을 조달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다.
이런 탓에 ‘증세 불가피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박 당선인은 복지를 확대하더라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누누이 말했다. 약속을 중시하는 품성에 비춰 ‘막다른 골목에 처하지 않는 한’ 증세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박 당선인 측은 소득세, 법인세를 올리는 직접 증세는 ‘마지막 카드’로 숨겨놓고 있다.
증세를 거론하기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줄줄 새는 세원을 찾아내고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줄이는 일이다. 600만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70%를 밑돌고, 변호사·회계사 등 고소득 사업자들의 카드 결제율은 고작 14%다. 거둘 세금을 못 걷고, 복지 혜택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도덕적 해이를 키우는 경우도 숱하다. 34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복지 전달 체계도 촘촘하게 짜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빈곤층 노인들이 엄동설한에 난방비를 아끼려다 동사하는 참극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복지 예산을 늘려도 소외계층에 온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현장에 나가 가정형편을 잘 살펴야 전달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이렇게 안간힘을 쓰고도 재원 확보가 어렵다면 복지공약 실행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박 당선인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내용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어려운 사람부터 챙기도록 해야 한다. 올해에만 14조원 이상 들어가는 공약인 기초연금 수혜대상에 일정 소득 이상자들을 배제하는 등 대상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결국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증세를 통한 고통분담을 피해가기 어렵다. 증세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세입 확충안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당선인의 조세공약은 증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박 당선인과 새 정부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채희창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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