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日 등 의무감축 동참 않기로 결정
실효성 없는 ‘속빈 강정’ 체제 전락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참가한 195개국은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더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 교토의정서가 실효성을 잃은 빈 껍데기 체제로 전락하게 됐다.
총회 의장인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티야 카타르 총리는 폐회 예정일을 하루 넘긴 8일(현지시간) 교토의정서에 2차 공약기간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협약의 부속 의정서인 교토의정서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국제 규약으로 1997년 채택됐다. 교토의정서의 1차 공약기간은 올해까지다. 이번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유일하게 법적 강제력을 지닌 교토의정서가 연장됨에 따라 지구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파국을 막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본과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가 더는 의무감축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교토의정서가 ‘속 빈 강정’ 신세가 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호주,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2차 공약기간에도 감축 의무를 지겠다고 한 나라들이 내뿜는 온실가스는 세계 배출량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1차 공약기간부터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은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고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가 없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감축의무를 이행한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효율적이지 못한 데다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 직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는 등 선진국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면서 교토의정서의 무력화가 예견됐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2015년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 기후변화체제를 만들어 2020년 이후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매년 두 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 2015년 5월까지 새 기후체제에 대한 협상문 초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기금 출연 계획에 대해서는 ‘기금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명확히 한다’는 모호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경제위기 등으로 선뜻 돈을 내놓기가 어려운 선진국들은 막판까지 재정지원에 대한 적극적 논의를 꺼리다가 ‘자금 조성에 대한 전략을 내년 총회 때 제시한다’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내년 11월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가 공식 인준됐다. 그러나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지원 협상이 별 소득 없이 끝나 기금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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