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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그림 토크] <1> 김홍도가 미술한류를 꿈꿨다면…

입력 : 2012-10-11 18:20:57 수정 : 2012-10-11 18: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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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지난 7월 15일 공개된 이후 ‘뭘 좀 아는 놈’의 갈 데까지 간 재미있는 말춤과 노래는 세계인이 따라하느라 난리다. 우리네 ‘얼씨구절씨구’ 춤판이 K-팝으로 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좀 민망하지만 흥에 겨워 리듬을 타고 망가질 줄 아는 게 우리 민족이다. 

김현정의 ‘랄라 인 더 클럽’(종이에 채색).
요즘 춤판은 클럽이다. 강남스타일과 그런지패션은 클럽 문화다.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클럽은 주로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나 또한 20대를 홍대 앞 클러버, 청담동의 파티 피플로 지냈다. 내가 아는 클럽은 귀가 멀 것 같은 음악과 블링블링한 조명, 까만 바닥과 반짝이 천으로 이뤄진 무대다. 5년쯤 연극무대에 서면서 알게 된 것은 강남스타일과 관광버스 막춤이 한방에 묵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는 사실이다.

다이내믹한 우리의 드라마·가요·춤이 세계에서 한류라는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마도 그 중심에 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민족의 ‘흥’은 풍속화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림에서 풍속화는 의식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우리 중에 열에 아홉은 풍속화를 옛날 그림이거나 그것을 흉내 낸 민속품 정도로 여긴다. 이는 서양 추상화, 사진 예술, 영상 매체의 보급으로 일상생활을 묘사하는 풍속화의 기능이 무시되거나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풍속화라면 제일 먼저 김홍도(1745∼1806)를 떠올릴 것 같다. 그의 풍속화 중 연주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그린 ‘무동’은 흥겹다. 우리 민족은 춤과 노래를 즐겼지만, 예나 지금이나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의 그림은 의외로 적다. 김홍도 그림 외에 기억나는 것은 집안지역의 고구려 무용총·장천1호분·마선구1호분 벽화와 궁중 기록화, 신윤복이 그렸을 춤추는 기생 그림, 19세기 말 김준근의 ‘무동츔추고’ 등이 고작이다. 물론 현대작가들의 작품도 있지만 시대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홍도에게 화가의 길을 열어준 강세황(1713∼1791)은 똑 닮게 그려진 그림을 좋아했다(樂其傳神之酷似). 그는 김홍도의 그림에 대해 “그 모습대로 똑 닮아서 조선 400년 역사에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無不酷肖其形像, 我東四百年, 雖謂之闢天荒可也)”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말 자랑스럽다.

랄라는 나의 내면 아이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일종의 인형치료법으로 생긴 내 친구다. 나는 클럽에서 춤추는 랄라를 통해 우리 시대 클럽 문화와 춤추는 젊은이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동양화의 전통적인 종이와 물감을 사용하여 ‘무동’의 춤판을 클럽 무대로 옮겨 보았다. 무동의 춤사위 또한 이어지는 다음 몸짓을 클러버의 춤 동작으로 바꿔 그렸다. 그리는 내내 김홍도가 미술 한류를 꿈꾼다면 어떻게 그렸을까를 생각하면서.

김현정 khj_lpe.blog.me

▲김현정(33)씨는 1999년 KBS 청춘드라마 ‘광끼’로 데뷔한 배우로 영화와 연극, 광고에도 다수 출연했다. 뒤늦게 배우기 시작한 미술품 수집과 감정, 사진찍기, 여행이 취미이다. 미국에선 연기를, 중국에선 미학이론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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