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행 버스를 탄 순창이 고향인 딸이/ 여든한 살 어머니를 두고/ 내내 좌불안석이다/ 쪽진 머리에 앉은 나비 핀이 반짝이는/ 어머니는 내내/ 딸이 잘 탔는지 버스 안을 들여다본다.”
2001년 등단한 박씨가 10여 년 동안 쓴 63편의 시를 모아 첫 시집 ‘벚꽃 문신’(실천문학사)을 펴냈다. ‘고향’ ‘시골’ ‘농촌’ 같은 말은 얼핏 관능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이나, 박씨가 구사하는 질박한 시어는 묘하게 관능을 자극한다.
“처마 밑에 말벌이 집을 지었다/ 주름으로 앉은 것이/ 딱, 불알이다/ 화장실 다녀올 때마다/ 온달이 다리 벌리고 누운 채/ 흔들어대는 불알처럼/ 보면 커지는 집.”(‘처마 불알’ 중에서)
“한밤중/ 자귀나무 밑 벌거벗은 고모가/ 냇물로 냉큼 들지 못하고/ 손안에 물을 착착 등으로 받아넘기더니/ 온몸을 떨며/ 하얀 꽃잎 같은 엉덩이를/ 살짝 들쳐 올린다.”(‘달’ 중에서)
처마에 붙은 벌집의 생김새에서 남자 성기를 떠올리고, 달빛 아래 목욕하는 여인의 뒤태를 찬양하는 시인에게 ‘고향의 관능’이란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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