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르신 길동무 7년째…시골 버스안내원 이야기

입력 : 2012-09-25 22:52:26 수정 : 2012-09-25 22:52:26

인쇄 메일 url 공유 - +

KBS1 ‘수요기획’ 시골 버스가 덜컹거리며 고향 길을 달려간다. 그 옛 흙길에는 아스팔트가 깔렸어도 풍경은 옛날 옛적 그대로다. 충남 태안의 군내 버스에는 어르신들의 이동을 돕는 버스안내원이 있다. 올해로 7년째 안내원 일을 하고 있는 정화숙(46)씨가 그 주인공. 그는 농사일을 하러 가는 할머니, 병원에 가는 할아버지, 바닷가를 향해 몸을 실은 관광객 등 승객의 짐을 실어주고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정화숙씨는 충남 태안의 군내 버스에서 승객의 버스 이용을 돕는 버스안내원 일을 하고 있다.
KBS1 ‘수요기획’은 26일 오후 11시10분 ‘태안버스 안내양 화숙씨의 정든 시골길’을 방송한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정씨에게 태안은 제2의 고향이다. “안내원 일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해주었어요. 일하는 내내 즐거워요.” 아들과 함께 지내는 그에게 버스안내원은 천직과 같다. 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삶의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정씨에게 승객은 단순한 버스 이용객이 아니다. 가춘례(73) 할머니는 매일 아침 9시면 배낭을 메고 버스에 오른다. 아무도 없는 개펄은 할머니의 터전이다. 그곳에 청춘을 바치며 8남매를 키웠다. “내가 벌어서 내가 쓴다”는 철칙을 갖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맛조개를 잡는 것이 할머니의 바람이다.

지난 태풍 볼라벤으로 배를 잃은 양창수(65)씨에게 바다는 인생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자연의 힘은 사람이 못 이겨요. 허허.” 그는 배를 잃고도 초연했다. 대신 바닷물이 빠지길 기다리며 개펄낙지를 잡기 위해 준비한다. “이놈을 잡기 위해 하루에 1000번 이상은 삽질해요.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은 자연이 준 선물을 고맙게 생각해야죠.”

이런 바닷가 사람들에게 버스안내원인 정씨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에게 정씨는 안전보호원이자 길동무이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시골길에 버스안내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정씨와 태안 사람들은 함께 버스에 오르며 삶의 정거장을 공유하고 있다.

이현미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윤아 '청순 미모'
  • 윤아 '청순 미모'
  • 최예나 '눈부신 미모'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