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7시리즈·벤츠S클래스에 비해도 손색없어 기아차 대형세단 ‘K9’이 BMW 7시리즈와 벤츠S클래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서는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면 K9이 시장에서 BMW 5시리즈와 벤츠 E시리즈와 일합을 겨룰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기아차는 플래그십(기함 모델)의 자존심을 내세워 최고급 모델과 한판 대결을 벌이겠다며 결기를 다지고 있다.
4년5개월간의 연구기간에 5200억원이 투입된 기아차 K9의 미디어 시승회가 최근 강원도 양양 솔비치 리조트∼하조대 IC∼옥계 IC∼망상오토캠프장을 왕복하는 150㎞ 구간에서 진행됐다. 2인1조로 이뤄졌고 람다 V6 3.8 GDi 엔진을 얹은 K9 3.8 모델이 주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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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K9’ |
K9은 차체 길이가 5m를 넘는다. 축거(휠베이스)도 초대형급 수준인 3045㎜로 여유롭다. 이런 차는 대개 도로 위에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긍정적으로 보면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효과인데 회장님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K9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위세를 자랑하는 스타일도 변하는 법이다. K9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목표로 잡았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성공한 듯하다. 고리타분한 회장님 모습보다는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단단한 체형의 자신감 넘치는 CEO 분위기가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긴 후드와 짧은 트렁크 데크가 만들어내는 개성 있는 비례 구성과 안정적이고 차분한 후면부 디자인이 주는 효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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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9의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달린 햅틱 버튼. |
현대·기아차의 성능은 이제 세계무대에서도 인정하는 반열에 올라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크게 흠잡을 만한 약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3할대 타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차의 심장은 실린더에 고압의 연료를 직접 분사해 고성능·고연비·저공해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식의 3.3 및 3.8 GDi 가솔린 엔진이다. 여기에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8단 후륜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시승한 람다 V6 3.8 GDi 엔진은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 연비 10.3㎞/ℓ(신연비 기준9.3㎞/ℓ)다.
간헐적으로 테스트를 위해 160∼200㎞를 오가며 주행했는데 고속에서 오는 불안감이 덜했다. 일부 시승차들은 스포츠 모드에 놓고 순간적으로 시속 250㎞까지도 내달았으나 고속주행의 안전성에 별다른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차의 주행모드 시스템은 에코, 노멀, 스포츠, 스노 등 4단계로 조절된다.
서스펜션은 독일차보다는 무르고 일본차보다는 단단한 전형적인 한국차 스타일을 유지했고, 제동력도 우수하다. 도로 위 바람을 가르는 소리나 엔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등도 거슬리지 않았다. 공회전 상태에서의 정숙성이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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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K9의 운전석 앞 유리창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작동되자 주행속도와 내비게이션 등(노란점선)이 나타나고 있다. |
K9이 BMW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와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부분은 각종 편의장치다. 국내에 있는 웬만한 첨단기술은 다 들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행 중 가장 피부에 와닿는 기술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다.
국내 최초로 국산차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는데 운행 기초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까지 입체정보로 차량 앞유리에 구현돼 호평을 받았다. 주행 중 차량 뒷면의 사각지대의 장애물을 감지해 백미러를 통해 알려주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도 유용했다.
차선이탈 경보는 시트 진동을 좌우로 구분해 어느 쪽 차선으로 이탈하는지를 몸이 느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운전자의 차량 조작이나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및 차고를 자동제어해 최적의 조종 안정성을 실현한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과 ‘원터치 릴렉스 모드’ 등의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럭셔리 시트를 통해 탑승감을 끌어올린 것도 주목받았다.
이밖에도 전자 통신을 통해 변속을 제어하는 ‘전자식 변속 레버’를 국내 최초로 적용하고, 차량 외부에 탑재된 카메라로 차량 주변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탑재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와 함께 최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유보(UVO)’가 처음으로 탑재돼 원격 제어, 도난 추적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양=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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