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영유권 갈등 커질듯

쿠릴열도를 관할하는 사할린주의 알렉산드르 호로샤빈 지사는 12일 한국과 중국 기업이 쿠릴열도의 4개 섬 가운데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과 쿠나시르(구나시리)에서 인프라 정비와 농업생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러시아 신문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호로샤빈 지사는 러시아 정부가 쿠릴열도 개발 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쿠릴열도 사회·경제 발전계획’에 외국 기업이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한국과 중국 등 외국의 기업에 쿠릴열도 개발과 투자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 정보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 기업은 연내에 건설 예정인 이투룹의 해안벽 건설 공사(사업 규모 약 530억원)에, 중국 기업은 쿠나시르에 세워지는 농장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할린주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참여가 없어도 외국기업을 유치해 쿠릴열도를 개발하겠다는 러시아 정부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07년 이후 쿠릴열도를 개발하기 위해 ‘쿠릴열도 사회·경제 발전계획’을 세워 예산을 투입, 신공항을 건설하고 도로와 부두 등을 개보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영토문제 해결에 기대감을 갖던 일본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주도로 해외 기업이 쿠릴열도 개발에 가세하면 러시아의 실효 지배는 더욱 공고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이투룹과 쿠나시르,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는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합법적으로 귀속됐다며 실효지배 중이고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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