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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박애리&힙합춤꾼 팝핀현준 부부 “우리가 국가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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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일 국립극장서 공연 갖는 박애리·팝핀현준 부부
“‘엄마야 누나야’ 제 소리에 남편이 힙합 춤 출거예요”
27년간 인간문화재 선생님들 밑에서 단련된 소리꾼 박애리(35), 그녀는 온종일 무릎 꿇고 있어도 다리 저린 줄 모른다. 23년간 온몸에 관절이 없는 듯 자유자재 근육을 이완·수축시키며 춤을 추는 힙합 황제, 팝핀현준(33·본명 남현준)은 그렇게 반듯한 그녀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2011년 서로 너무도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사람의 결혼은 세간의 화제였다.

귀 밑에 아내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며 “난 애리(아내)꺼”라고 선언한 팝핀현준은 박애리에게 “누나, 내 뒤에 서야 얼굴이 작게 나와”라며 연신 개구쟁이 같은 포즈를 취했다.
김범준 기자
‘그와 그녀의 사랑이야기’라는 공연으로 꾸몄던 이들의 국립극장 결혼식은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소문나면서 지난 3월 말 경북도립국악관현악단 초청으로 부부 합동공연까지 이어졌다. 소리꾼과 힙합 댄서의 만남, 부부가 ‘국가브랜드’인 셈이다. 이들의 다르지만 같은 예술혼이 궁금했던 관객들에게 결혼으로 더욱 깊어진 이들 부부의 예술세계를 함께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20∼21일 열리는 2012 국립극장 기획공연시리즈 ‘박애리, 봄날은 간다’(달오름극장). 이번엔 아내의 공연에 남편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형식이다.

“박애리 토크 콘서트지만 아마 게스트 팝핀현준 때문에 오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배경으로 한 남편의 독무, 제가 부르는 ‘엄마야 누나야’ 구음과 소리에 남편의 춤이 함께할 겁니다.”(박애리)

지난 15일 이들이 설립한 ‘팝핀현준 아트컴퍼니’ 연습실이 있는 홍대앞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듯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내가 이래봬도 국립 창극단에서 늘 타이틀 롤을 맡고 ‘오나라 오나라∼’(드라마 ‘대장금’ OST의 목소리 주인공)로 외교 무대에서도 환호받던 사람인데 결혼 이후엔 ‘팝핀현준의 그녀’로 인터넷 검색창을 장식한다”고 웃던 박애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소리)을 전파하는 일을 소명으로 삼아온 사람이었는데, 남편을 만나면서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에 인생 전부를 걸어봤던가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팝핀현준은 처음 함께 공연한 ‘뛰다, 튀다, 타다’에서 박애리를 처음 만나자마자 “저 여자가 진짜야”라고 했다. 그는 ‘국악계의 이효리’라는 아내의 별명에 대해 묻자 “흥, 이효리 따위에”라며 코웃음을 쳤다. “똥지게를 끌고 다녀도 내 예술에 자부심을 느끼면 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우리 부부는 통했어요. 제가 춤을 췄던 건, 춤이야말로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였기 때문이죠. 돈도, 명성도 춤 앞에 무릎 꿇릴 수 있는.”

서로에게 배우는 게 많겠다고 물었다. “아내가 노래는 절대 안 가르쳐 준다”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다시 남편 자랑을 이어갔다. “현준씨는 2007년 기획사 스타제국에서 음반을 낸 가수예요. 목소리가 아주 좋죠. 그런데 방송연예 생활을 견딜 수 없어하더라고요.” “방송에 나가서 땀범벅이 되도록 노래하고 춤추면, PD와 매니저가 화장 지워진다고 싫어합니다. 방송은 그럴듯한 걸 원할 뿐, 진짜를 원하지 않거든요. 전 공연예술가 팝핀현준이 좋습니다.”

팝핀현준에 대해 박애리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춤 하나로 자기 브랜드를 만들며 올라온 사람”이라면서 “팝핀현준이 아리랑에 맞춰 춤추는 영상물을 보고 충격받았는데, 기교(춤)가 아니라 몸으로 말할 수 있는 예술가임을 느꼈다”고 했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인 박애리와 결혼 후 국악당과 국립국악원에 처음 가봤다는 팝핀 황제는 아내의 구음과 소리를 경이로워한다. “판소리 안에 비트감과 리듬이 살아있어 늘 신기해요. 어떤 파트는 알앤비처럼 구성지고 또 어떤 파트는 랩처럼 속도감이 있죠.” 서로의 재능을 아끼는 부부. “담배 속에 인생이 있다”고 믿던 그는 그녀와 만난 후 담배를 끊었다. “아내에겐 목소리가 악기다. 또 이 사람과 좋은 예술을 오래 하려면 담배를 끊어야 되겠다”는 결심에서다. 

서로가 단지 믹스(혼합)되는 게 아니라 뱀이 허물을 벗듯 거듭나야 한다고 믿는 부부는 세살부터 여든살까지 함께 박수칠 수 있는 쉬운 공연, 희로애락이 있는 공연을 꿈꾼다. 이미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아내는 마임이스트와 함께 ‘마임판소리’라는 장르를 선보여 왔다. “제가 소리로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현준씨는 춤으로 그 소리를 그릴 수 있다”고 아내가 말하자 남편이 바로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르며 화답한다. ‘아장아장 걸어라∼방긋방긋 웃어라∼‘사랑가’ 이 대목을 춤으로 표현하면 정말 재밌어요. 소리와 춤이 배틀을 펼치는 거예요.” “맞아요. 배틀이 서양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옛날 강가나 장터에 사람들이 모이면 ‘살판’이라는 일종의 풍물 배틀이 벌어지곤 했대요.”

이들 부부를 통해 국악의 대중화, 힙합의 한국화라는 해묵은 화두가 새로 길을 찾은 듯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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