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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가는 것 보고도 신고 안 한 죄책감에…"

입력 : 2012-04-09 19:12:53 수정 : 2012-04-10 18: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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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터진 겁니다. 경찰의 형식적 순찰 등이 화를 키웠고요.”

9일 오후 중국동포 오원춘(42)이 20대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초등교 일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오원춘이 벌인 끔찍한 토막 살인의 광풍이 거리를 휩쓸고 간 듯 이곳의 거리는 황량했다. 하굣길 마중을 나온 학부모들은 초등학생 자녀의 눈을 가린 채 거리를 지나갔다. 사건 이후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는 상점이 생겨나고, 범행 장소인 오원춘 자택 부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있었다.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중국동포 오원춘씨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집 앞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다.
수원=조성호 기자
김모(60)씨는 “사건 이후 퇴근이 늦은 젊은 여성들이 종종걸음으로 집에 간다”며 “전에는 경찰들도 가끔 순찰하는 게 전부였는데 주말부터 3∼4명씩 조를 짜서 수시로 순찰하니 밤거리에 경찰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행 장소인 오원춘 집 문 앞에는 10여명의 주민이 사건이 준 충격을 수군대고 있었다. 주민들은 “제2, 제3의 범죄 발생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10년째 사는 김모(48)씨는 “복잡한 길도 아닌 2차선 도로변인데도 오후 7시만 넘어도 사람 보기가 어려워졌다”며 “원래 밤에 중국동포들이 많이 무리지어 다니는데, 사건 발생 후 이들을 보면 저절로 눈을 피하고 숨을 죽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동포 등이 많이 모여 사는 오원춘 집 인근 원룸촌 주민들의 불안은 더 심각했다. 현장에서 5분 떨어진 곳에 사는 홍모(45)씨는 “중학생인 딸의 친구가 ‘중국동포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었다’고 뒤늦게 털어놨지만 도움 구할 데도 마땅치 않아 가슴앓이만 했다”며 “중국동포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기 일쑤여서 언젠가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았다”고 불안해했다.

피해여성이 오원춘에게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던 홍모(55)씨의 가게 문은 이날 오전부터 굳게 닫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홍씨가 피해여성이 끌려가는 것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자책감에 가게 문을 닫고 출타한 것 같다”며 “홍씨는 ‘부부 싸움하는 것으로 착각해 신고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자책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이 일대는 문화재보호구역에 포함돼 개발이 제한되면서 달동네처럼 슬럼화한 지역이다. 따라서 각종 범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설비가게 주인은 “몇 달 전부터 서너 차례에 걸쳐 계속 도둑이 들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고 했다.

다른 김모(46·여)씨는 “이번 사건을 전해 듣고 2년 전에 새벽기도를 가려고 지동주민센터 골목을 지나던 중 30대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일이 떠올라 온몸이 떨렸다”며 “남편은 2년 전 새벽 2시쯤 동네에서 청년들에게 폭행당해 오른쪽 무릎뼈가 부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수원=김영석·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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