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들어 혜택 줄며 위축
최근 경기침체에 상승 추세
디자인·성능 향상 만족도 높아
판매량 두배 가까이 증가해 ‘아껴야 잘살죠’, ‘작은 차 큰 기쁨’, ‘빈틈없다 단단하다’…
1990년대 유행했던 광고 카피를 기억하는가. 당시 대우차 티코와 마티즈는 귀에 쏙 들어오는 광고 문구처럼 ‘알뜰 소비’를 앞세워 국민차 붐을 일으켰다. 주유소 휘발유 값이 ℓ당 2000원을 훌쩍 넘어선 요즘, 몇십원 더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알뜰족까지 생겨나면서 다시 ‘경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경차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정부가 구상한 국민차 프로젝트가 탄생 배경이 됐다. 이 프로젝트는 1991년 대우차 티코의 출시로 결실을 맺었다. 일본의 스즈키 알토를 기반으로 개발된 티코는 숱한 입소문을 타고 첫해 3만대가 팔리며 순항했다. 경차 지원책과 기름값 폭등으로 1996년에는 무려 10만3000대가 팔리며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 아토스(1997년), 기아차 비스토(1998년)가 경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티코의 후속 모델인 대우 마티즈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출시돼 시장을 휩쓸었다. 1998년 경차는 무려 15만6521대가 팔리며 27.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00년대 경차 혜택이 폐지되면서 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2008년 경차 규격이 배기량 기준 1000㏄로 확대되고, 기아차의 모닝이 경차 혜택을 받게 되면서 다소 활기를 되찾았지만 예전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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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모닝 |
연비가 좋아 경제성이 탁월한 경차는 고유가와 불경기 시대에는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과거 광고 카피처럼 작지만 웬만한 중형차 부럽지 않은 다양한 옵션을 갖춰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한국GM 쉐보레 스파크(옛 마티즈)와 기아차 모닝이 단순 경쟁하던 구도에 기아차 레이가 가세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졌다. 올 들어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경차 판매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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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레이 |
이들 차종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판매 증대가 점쳐진다. 지난달 레이 판매대수는 5672대를 기록했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2월 4107대에서 올 1월 4496대, 2월 5639대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레이 출시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모닝은 3월 8174대의 판매량으로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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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스파크 |
업계에서는 경기침체 속에 경제성과 연비 등 경차의 강점이 부각되고, 최근 출시되는 모델의 성능이 향상된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경차는 기본형 기준으로 829만∼1495만원에 불과한 낮은 가격대도 매력이지만 차량 구입 시 취득세와 도시철도 채권 구입이 면제된다. 연비도 좋은 데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혼잡 통행료, 공영 주차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편의·안전 사양도 중형차 부럽지 않게 장착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고유가 영향으로 경소형차를 찾는 실속형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디자인이나 성능이 크게 향상된 점도 경차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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