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28일 오후 서울 강남을 선거구. 새누리당의 전통 텃밭인데도 민심은 차가웠다. 개포동 거리에서 만난 한 20대 주부는 “뉴스를 보면 새누리당은 맨날 사고만 친다”며 “민주통합당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공성진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치동 주민인 60대 남성은 “나도 이 동네에 사니까 피해자”라고 쓴소리를 했다. 자존심이 상한 강남 주민에게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게다가 집값 하락과 경기 침체는 끝이 안 보인다. 여당 인기가 좋을 리 없어 보였다. 20대 주부는 “우리 가족은 4·11총선에서 민주당 지지로 통일했다”고 전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8·24 무상급식, 10·26 재보선 등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몰표를 던졌던 강남을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잠룡인 정동영 상임고문과 스타 대변인 출신 전현희 의원이 동시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격전지로 바뀌는 흐름이다.
새누리당에서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정동기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출사표를 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휘했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고전을 민주당 선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재의 강남 여론이었다. 새누리당에 거부감을 표하는 주민도 “민주당의 무임승차는 싫다”고 했다.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도 “정 고문이 말하는 한·미 FTA 같은 거대담론은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의원은 인지도가 낮아 거물을 상대하겠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40대 여성은 “민주당 내에서 경선을 하든, 여론조사를 하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뽑게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김종훈 전 본부장이나 정동기 전 수석, 누가 나서더라도 정 고문, 전 의원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50대 남성은 “김종훈씨 정도면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 아닌가”라고 호감을 보였다. 여론조사상으로는 그래도 강남 표심은 여전히 친여라는 얘기다. 기자가 만난 주민 중 “정치에 관심없다”는 유보층 상당수의 속마음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대다수 주민은 여든 야든 총선 후보로 깨끗하고 신선한 인물, 지역을 살릴 일꾼을 원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부동산 경기가 뚝 떨어지니 법무사, 세무사, 인테리어 할 것 없이 다 억억 소리를 낸다”며 선거에 가장 영향을 미칠 이슈로 재개발을 꼽았다. 옆에 있던 주부도 “개인이나 당의 이익을 떠나 당차게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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