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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체험은 우주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

입력 : 2012-02-14 18:03:21 수정 : 2012-02-14 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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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체험 ‘아름다운 삶’ 김기호 대표
경험자들 시공초월한 자신의 모습 만날수 있어
자살예방·종교평화운동 위해서 꼭 널리 알려야
“우주에서 미아가 된 것 같은 이 질리는 감정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아 너무나 두렵다. 그때 갑자기 저 멀리서 한 점 빛이 비치더니, 그 빛이 점점 나를 향해 다가왔다. (중략) 나는 점점 그 빛으로 다가가고 있는데, 마치 그 빛이 손짓하며 나를 부르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중략) 나는 그 빛 안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깊고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중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직도 가야할 길’을 쓴 미국의 정신의학자 스카 펙이 쓴 사후세계 여정을 그린 소설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에는 사후의 세계가 세밀하게 소개돼 있다. 죽은 이들이 경험하는 ‘어둠’과 ‘빛’, 육신과 영혼의 분리인 ‘유체이탈’, 그리고 사후세계의 구체적인 모습 등등…. 소설이나 전승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후세계는 죽음 상태를 경험하고 살아난 임사(臨死) 체험자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김기호 대표는 “서울대에 가지 않았다면 죽음 명상과 체험 등을 알리는 지금의 길에 더 빨리 들어섰을 것 같다”면서 “죽음 명상과 임종체험을 통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3일 경기 분당에서 만난 임종체험 수련센터 ‘아름다운 삶’ 김기호(46) 대표는 “기독교나 불교 등 모든 종교는 죽은 이들이 ‘빛’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한다”면서 “그 빛은 우주 본연의 존재나 진정한 나를 뜻하기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남구 개포동 능인선원과 삼성동에 자리한 ‘아름다운 삶’ 등에서 임종체험의 소중함을 알린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죽음을 접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죽음을 체험한다고 하니 거부감이 강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체험은 우주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죠. 체험자들은 인생을 더 값지게 바라보거나 타인을 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원래 종교단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들인데요.”

서울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는 항공사에 근무하던 1996년 임종체험을 접한 후 인생 행로를 바꿨다. 승진과 출세를 제일로 삼았던 그는 죽음 명상 등을 체험한 후 주마등같이 지나간 자신의 과거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육체와 분리된 관찰자 입장에서 죽은 모습을 보니 나밖에 몰랐던 제 인생이 역겹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것처럼 임종체험을 보급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인생 관찰 ▲죽음 명상 ▲마지막 편지 쓰기 ▲마지막 식사 ▲입관 ▲뉘우침과 거듭남 등으로 이뤄진 임종체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입관 후 명상이다. 체험자가 수의를 입고 두 손이 묶인 채 관 속에 눕는다. 그러면 죽음 도우미들이 관에 못을 친다. 그리고 일정시간 관 속에 누워 명상하며 자신을 관조한다. 따스한 날 야외로 나가는 경우 저승사자 역할을 맡은 도우미를 따라 ‘황천’을 걷기도 한다.

김 대표는 “관 속에 누워 있다 보면 뭔지 모를 ‘빛’이 강렬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서 “거대한 우주 속의 나, 시공을 초월한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수련센터를 찾는 이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연간 600∼700명 정도, 매월 50∼60명 정도가 체험을 한다. 그는 이 수련의 효과에 대해 “체험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정리하고 해결책도 스스로 찾는데, 그 속도가 빠르고 강렬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특히 자살 예방으로 이보다 더 큰 효과를 보이는 프로그램은 드물 것”이라며 “나아가 종교평화운동을 위해서도 이 프로그램을 반드시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체험하러 오는 분들의 종교가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다양합니다. 죽음을 앞에 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종교가 다르다고 싸울 리가 없죠.” 

누울 관을 바라보는 체험자.
그는 이처럼 임종체험 프로그램이 공공에 유익한 만큼 민간 차원을 넘어 종교단체나 국가기관에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이 수련센터 임종체험은 도우미 등 인건비, 설비 이용료 등 하루 체험에 5만원 전후의 실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영리를 표방하지는 않고 있다.

“종교별로 모두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는 만큼 종교단체가 우선해서 이 같은 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종교는 왜 그런지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종교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현세의 것들에 충실하기 때문이겠죠.”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임종체험을 상품화해 장사를 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기업화, 사유화, 영리화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난 것이다.

“임종체험의 사업화를 진행하는 곳도 여러 곳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임종체험 특허를 낸 곳도 있죠. 공익을 위해 특허 취소 소송도 벌였습니다. 그러기에 구청이나 사회복지관 등 공공의 영역에서 담당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김 대표는 “과거 일이긴 하지만 서울대에 가지 않고 임종체험을 먼저 했더라면 20여 년의 세월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어느 곳에서나 이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그에게는 포부가 있다.

“시간 여행자가 되어 제가 체험한 죽음 이후의 세계와 수많은 사례를 모아 사후세계의 삶을 상세하게 안내하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성남=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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