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지위 높은 가정 자녀 ‘검색’ 더 하고
그렇지않은 집 아이들 정보활용보다 ‘게임’ 몰두 장모(71·여)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손자 박모군을 혼자서 키우다시피 하고 있다. 박군의 아버지가 공사장 허드렛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씨의 고민은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니다. 손자가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그는 “게임을 많이 하면 안 좋으니까 시간을 정해 줬는데 (박군이) 잘못 지켜서 자주 싸운다”고 털어놨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아이가 인터넷을 이용할 때 정보 활용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아이는 정보활용을 위한 ‘검색’보다는 ‘게임’에 더 몰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컴퓨터 사용 습관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27일 숭실대 정재기 교수(정보사회학과)가 지난해 말 ‘한국사회학회’에 발표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형태’에 따르면 어머니의 교육 정도가 높을수록 아이가 전체 컴퓨터 이용 시간 가운데 ‘검색’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의 컴퓨터 이용습관이 자녀의 컴퓨터 이용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모의 검색시간이 10분 늘수록 자녀의 검색시간이 2분30초씩 증가했고, 부모의 게임시간이 10분 늘어나면 자녀의 게임시간도 2분씩 길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컴퓨터 사용시간은 1시간 정도였고, 그중 게임이 50분 이상으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색, 전자우편이나 메신저 사용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 교수는 “현재 청소년 컴퓨터 이용률이 99%를 넘은 시점에서 컴퓨터 이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보다는 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자녀의 정보활용능력을 키우고 경쟁력 있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의 컴퓨터 사용습관을 바꾸고, 자녀의 컴퓨터 이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오락지향적 컴퓨터 사용보다는 정보지향적인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있도록 부모의 지도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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