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지간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인 용(龍)의 해, 그것도 오행에서 검정색을 뜻하는 임(壬)과 만나 60년 만에 찾아 온 흑룡해라고 연말연시 분위기가 한껏 들떴다. 재계 역시 무역 1조 달러 달성이라는 ‘숫자’에 잠시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방사위가 어둡다. 각종 경제지표는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고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선거 정국 속으로 경제가 빨려 들어가는 분위기다. 선거국면에 접어들면 노사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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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국면에 접어들면서 노사문제도 '복합 위험'의 큰 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대졸취업자의 경우 미스매치로 인해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점점 우리 사회의 천석고황이 되고 있다. 관료와 청년들이 모여 난상토론도 해보고 나름 해법을 찾아보지만 딱히 묘법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청년실업은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올 우리 사회 최대 쟁점인 동시에 기업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국제관계 역시 재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피로도(fatigue degree)를 높이고 있다. 소위 ‘이란리스크’로 불리는 대이란 제재문제로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정유와 해운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련 주가 하락 등 이미 여러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이란산 원유수입이 중지되면 국내 정유 업체는 연간 2천억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 유가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운임하락과 유가인상으로 적자에 허덕였던 해운업계에 추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위험 변수다.
엎친 데 덮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되면 정유·해운업체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올해는 어느 때 보다 정치·경제적 요인의 ‘복합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외부 변수 못지않게 내부적으로는 마무리되지 않거나 내재된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 또한 복합 위험의 위험지수를 높이는 상수(常數)가 되고 있다. 총수 일가의 중범죄 수준 회삿돈 횡령을 비롯해 비자금조성, 배임 등으로 연초부터 재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중심잡기’다.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와 인사에서도 ‘과유불급’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흑룡의 해, 상서로운 기운이 넘칠 것이란 염원과는 달리 재계 안팎이 어수선하다. 재계가 위기를 돌파해 하늘로 승천하는 해가 될지, 아니면 이무기로 도태될 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유성호(재계 탐사보도 전문매거진 에콘브레인 편집장 / shy1967@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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