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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갑옷은 전쟁 중 누군가 땅에 묻은 것"

입력 : 2012-01-20 10:52:10 수정 : 2012-01-20 10: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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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석 공주대 교수 18일 한국목간학회서 분석결과 발표
지난해 가을 백제 공산성에서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백제 옻칠 갑옷의 주인은 누구일까.

옻칠 된 이 가죽 갑옷은 백제의 어느 장수가 입었던 것이 아니라 전쟁 막바지 위급한 상황에 직면해 백제인 누군가가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땅에 묻은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제사 연구 권위자인 이남석 공주대 사학과 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갑옷의 형태나 품격으로 봤을 때 장군들이 입은 갑옷은 아닐 것"이라면서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갑옷의 모양새로 봐서는 왕에 버금가는 사람이 입어야 격에 맞을 정도로 고품격의 갑옷"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옻칠 갑옷 하나만 발굴됐을 때에는 누군가가 전쟁 중에 벗어놨거나 폐기한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옻칠 갑옷이 발굴된 아래층에서 역시 굉장히 고급스러운 철제 갑옷과 말 갑옷(馬甲)이 잇따라 나온 점으로 미뤄볼 때 전쟁 막바지 다급한 상황 속에서 갑옷들을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누군가 땅에 묻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옻칠 갑옷은 공산성 저수시설 바닥에 인접한 곳에서 출토됐으며, 갑옷에는 서기 645년을 가리키는 '貞觀十九年(정관19년)'이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다.

정관은 당 태종의 연호이며 645년은 백제 의자왕 재위 5년째다. 이해 당 태종은 고구려를 침공해 안시성 전투를 벌였다.

이 교수는 "정관19년은 갑옷의 제작 연대가 아니라 역사적 정황,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제가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갑옷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옻칠 갑옷은 중국에 갑옷을 보내면서 모델로 만들어놓은 갑옷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특히 갑옷이 출토된 공주 공산성이 660년 백제가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맞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갑옷이 발견된 지역에서는 불에 탄 기와와 화살촉이 굉장히 많이 발견됐는데 이 유물들은 당시 긴박했던 전쟁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조사 자체가 극히 일부만 진행된 상태여서 아직은 다 추정에 불과하다"고 단서를 달면서 "적이 쳐들어오면 일반적으로 보물을 모두 폐기하는 것처럼 현재까지의 판단으로는 전쟁 막바지 화급한 상황 속에서 백제에서 애지중지하던 갑옷을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땅에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는 1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목간학회 제13회 정기발표회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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