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의 장수 비결은 철저한 금욕과 채식, 적절한 노동, 소박한 시골생활 덕이다. 찰스 1세가 파를 궁으로 불러 산해진미를 먹이지 않았더라면 그는 몇 십년 더 살았을지도 모른다. 당대 최고의 해부학자 윌리엄 하베가 파의 몸을 열어본 뒤 ‘20대의 장기’라고 감탄했으니 말이다.
오래 살고 싶은가.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소식(小食)과 채식을 하면 된다. 마음도 평안하고 고요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 직장인들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아니다. 삶의 스펙트럼을 길게 잡고 삶 전체를 관조하며 일희일비 일진일퇴를 초월해 유장하게 산다면 가능하다.
정년 어떻고 노후 어떻고 하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장자의 좌망(坐忘)처럼 그냥 잊고 살면 된다. 악착같이 서울 강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다 팔아 시골로 가면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병원비 안 들고, 연금 걱정 없고, 국가에 폐를 끼치지도 않고….
옛 비결에는 ‘인간은 원래 죽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수명을 다한 세포가 즉시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면 불로장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죽은 세포가 해체되지 않고 눌어붙어 있는 것은 그 사람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막히면 몸도 막히기 마련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는 1년 내 98%가 교체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몸이 확 달라지지 않는 것은 고정된 생각 탓이다. 그 고착된 생각과 진동수가 맞는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는다. 생로병사에 매달리면 그 틀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 수명이 늘면서 ‘호모 헌드레드’란 말이 생겼다. 100세 시대의 복지와 노후, 가족·결혼 개념의 변화 등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도 슬슬 나서는 것 같다. 가혹한 복지 논쟁과 정체성 혼란의 블랙홀로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어떻게 풀 것인가. 돈으로? 아니다. ‘토머스 파의 경우’가 하나의 답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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