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 한국에 호기 될 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비준 문제로 나라 안이 시끄러운 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 경쟁이 달아올랐다. 부상하는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키워오는 동안 미국은 중동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전쟁이 막을 내려감에 따라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증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동아시아로의 복귀’로 받아들여지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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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 관계학 |
호주 방문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처음 참석했다. EAS는 동아시아 국가로만 구성된 아세안+3과는 달리 역외 국가인 호주, 인도, 뉴질랜드가 참석했고 이번에 미국과 러시아도 새 회원국이 됐다. 아세안+3이 중국의 영향력 하에 동아시아 국가만의 지역경제협력체로 발전하고 있다면 EAS는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EAS에 미국이 직접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은 역시 중국 견제의 목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 연설이 있기 닷새 전 하와이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 중인 국가 지도자와 만나 TPP의 비전과 성공을 강조했다. TPP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 표명과 더불어 일본 노다 총리의 TPP 참여 의사 표시로 에이펙 연례 회의장에서 TPP가 에이펙보다 관심을 끄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경제협력정책이 중국을 포함한 에이펙이 아니라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TPP를 지향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의 이러한 반격에 대해 중국은 당연히 비판적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복귀가 중국의 성장과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양국 간의 대립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해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중국이 현 단계에서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은 한·중·일 3국 FTA의 체결이다. 중국이 한·중 FTA나 한·중·일 FTA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 대립이 격화돼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것이다. 안보적으로는 미국에,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이 날로 커가는 우리가 두 강대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참으로 곤란하다. 그러나 다행히 이러한 상황은 수년간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미 간의 경쟁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와의 관계를 강화시켜 자국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한·미 FTA의 발효 이후 중국과의 FTA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과 북한 관리 차원에서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적으로 갈라져 싸우지 말고 두 강대국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펼치면 대한민국은 국운 융성의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 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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