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내 능력에 대한 확신 부족은 모든 고시생의 애환이죠. 그래서 과외를 받는 고시생들까지 생기는 것 같아요.”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를 하루 앞둔 25일 수험생들은 어느 때보다 초조한 기색이었다. ‘녹두거리’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4년째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친구들의 취업 소식을 들을 때나 묵묵히 나를 지원해주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빨리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게다가 2017년 사시가 폐지될 때까지 매년 합격정원도 줄어 절박함이 더하다”고 말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다급함을 노린 현직 변호사들의 고액 과외와 학원들의 ‘수천만원짜리 특별반’이 성행하고 있다. 주로 이제 막 고시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이 단기간에 준비 방법을 익히도록 돕거나, 2차에서 번번이 탈락한 학생들에게 요점 강의를 해주는 대가로 월 수백만원에다 ‘성공보수’까지 챙기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한 고시 관련 카페에도 이런 고액 과외를 부추기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강모 변호사는 “사시 2차는 2009년부터 출제경향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과목별 핵심 판례와 종합쟁점별 답안 작성요령 정리노트를 제공한다”고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
이곳에 광고를 남긴 또 다른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 3회 강의에 월 350만원, 합격시 성공보수 3000만원을 과외비로 제시했다. 그는 “학교 후배니 특별히 싸게 해주는 것”이라는 친절함까지 곁들였다.
사시합격자의 과외는 흔한 일이다. 사법연수원생 A씨는 “연수원에 들어오기 전까지 몇몇 고시생을 가르친 적이 있다”며 “1회 10만원가량을 받고 주로 공부법 같은 노하우나 내가 잘하는 과목의 비법을 전수해 줬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내규상 금지돼 있는 사법연수원생들의 과외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고시생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은 학원비가 3000만원에 달하는 소수정예 프리미엄 종합반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의 고시 특별반과 과외가 성행하는 것은 사법시험 합격자 정원과 무관치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사시 정원은 올해 700명, 2012년 500명, 2013년 300명 선으로 해마다 줄어드는데 응시자 수는 지난해 2만3244명, 올해 1만9536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 연수원을 수료(39기)한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내가 고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없었던 현상이 사시 폐지에 따른 부작용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초조함은 알겠지만 그렇게 공부해서는 연수원에서도, 실무현장에 나와서도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남정훈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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